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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예배를 마치고 전날 마을 분이신 ‘국화 아저씨’와 약속한 것이 있기에 슬슬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약속한 일이 오전 내내 함께 할 일이기에 새벽 예배가 마치고 먼저 빨래를 돌리고 밥을 짓고, 된장찌개도 끓여서 아침을 일찍 먹고 빨래도 널고 난 뒤에 ‘국화네’로 갔다.
오전 7시에 약속하였기에 조금 일찍 6시 50분경에 내려가 보니 새벽 예배 때는 없던 안개가 마을과 바다를 덮고 있었다. 전날 국화 아저씨와 약속한 것은 ‘통발 작업’하러 갈 때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껴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가신다고 하셔서 오전 9시까지 기다리다가 안개가 조금 걷히는 것을 보고 통발 작업을 나갈 수 있었다.
먼저 마을에서 통발 작업을 위해 입감(통발에 넣을 물고기 먹이)으로 쓸 ‘정어리’를 3틀 준비해서 뗏마를 타고 바다 위에 띄워 논 통발 작업을 하러 갈 ‘대풍호’로 이동하였다. 대풍호로 짐을 옮겨 싣고 보령화력발전소 앞에 위치한 어장 구역으로 이동하였다.
안개가 아직 걷혀져 있지 않았기에 주위 배들이 갑자가 나타나 서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요즘은 워낙 배 안에 있는 기계들이 좋아져서 미리,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 전날 넣어 둔 통발의 위치를 ‘프로타(GPS 장치 기계)’를 통해서 확인해 가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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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발의 위치를 확인해 주는 '프로타(GPS 장치)'와 선실 안의 여러 장비들이 있어 작업이 편리해졌다.
▼ 연속으로 촬영한 부부의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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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통발 작업은 만조시나 간조시 2시간 내외로 작업을 한다고 하신다. 통발의 구조는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보니, 부표에 줄을 매달고 그 줄의 끝부분에 닻을 매달아 고정시킨다. 그리고 닻에서 다시 줄을 연결하여 그 줄의 5~6m 간격으로 통발을 하나 식 매달아 놓는다. 많게는 60개까지 적게는 30, 40개가량을 매달아 둔다. 통발을 매달 때는 2m 가량 줄을 다시 연결하여 매달아 놓는다. 그렇게 통발을 다 매달고 나면 다시 줄 끝에 닻을 매달고 그 닻에서부터 또 줄을 매달아 부표를 연결한다.
국화 아저씨네는 이런 통발을 화력발전소 앞 어장에서 10개나 하고 계셨다. 통발 작업은 통발 안에 입감으로 가져온 정어리를 넣어두고 자신에게 해당되는 구역에서 통발을 던져 놓고 다음 날에 가서 그 안에 잡힌 물고기를 건져 내는 작업이다.
통발 작업을 옆에서 구경하다보니 이 통발이 걷어서 새로 놓은 것인지, 아니면 전날 넣어 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아주머니와 아저씨께 통발 작업하면서 지금 막 넣어둔 것을 잘 못 알고 건진 적은 없는지 여쭤봤더니 웃으시면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하신다. 그리고 요즘은 기계가 좋아져서 프로타 안에 표시를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런 일이 없다고 하신다. 대신에 작업을 하다보면 어느 때는 줄을 엉켜서 통발이 한꺼번에 다 떠내려가거나 닻이 너무 심하게 껴서 통발 자체를 잃어버리는 경우는 있었다고 하신다. 줄을 기계에 감아서 돌려서 올리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아주머니께서도 웃으시면서 통발 작업이 생각보다 위험한 작업임을 설명해 주셨다.
통발 작업을 하다보면 또 망가지는 통발들이 있기에 여분의 통발을 항상 배에 싣고 다닌다. 이날도 건져 올린 통발 중에 하나가 구멍이 나서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다.
한참을 작업하다보니 생각보다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날이 더워지면서 수온이 올라가서 물고기들도 별로 잡히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만 들고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아저씨께 “이렇게 두 분이서 같이 작업하다보면 서로 애틋해지겠어요.” 라고 묻자. 웃으시면서 “오늘은 목사님 오셔서 안 싸우는 거지 통발 하다보면 맨 날 싸워요.”라고 말씀하신다. 같이 웃으면서 “가정을 평화를 위해서라도 제가 맨 날 따라다녀야겠네요! ^^” 라고 대답해드렸다.
지금은 대부분이 게를 잡지만 잡히는 게 중에는 알치기(알을 밴 게) 게들이 많기에 실제적으로 어획량이 많지는 않다. 알을 밴 게들은 다시 바다로 놔줘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에 알을 밴 게들을 던져 주면서 “내년에 잘 자라서 우리 통발에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이 정겨웠다.
잡히는 것들은 앞에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게(특히 돌게)들이 주로 잡히고 가끔 붕장어(아나고)와 놀래미 그리고 소라들이 잡힌다. 전혀 예상치 않게 성게나 뿔게라고 하는 것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또한 마을에서 밭일을 할 때 거름을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이렇게 통발 작업하시는 분들에게 통발에 든 불가사리를 부탁한다.
사실 불가사리는 음식으로나 다른 어떤 것으로 쓸모가 없지만 섬에서는 물기를 잘 빼서 거름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낮에 통발 작업을 나가지만 7월이 되면 낮이 아닌 야간에 통발 작업을 나간다고 하신다. 그때는 주로 ‘붕장어(아나고)’ 통발을 나가신다고 하신다. 그때는 정말 통발 작업하는 맛이 난다고 하시면서 7월에 함께 가자고 하시기에 7월도 통발 작업을 예약(?)해 놨다.
총 10개의 통발을 다 걷고 새로 설치한 후에 돌아오는 길에 아주머니께 “남자들은 배 운전만 하고 실제로 통발에 정어리 넣는 것도, 통발(400개)을 바다에 던지는 일도 다 여자가 하네요. 그리고 배 청소도 여자가 다 하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배 운전하는 게 낫겠어요.”라고 말하자. 아주머니께서 “배 운전하는 게 훨씬 낫죠.”, “그럼, 얼른 배 면허 따셔야겠는 걸요.”, “면허 없어도 저것쯤 누구나 하죠. 그래도 남자들은 자신들이 더 힘들다고 해요. 배 운전 말고 하는 것도 없으면서 자기들이 더 힘들다고 한다니깐요.”라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말 안에 있는 뼈(언중유골)가 느껴졌다.
그렇게 작업을 마치고 아주머니께서 “목사님 바쁘세요?, 바로 교회로 가셔야 되요?”, “아뇨, 시간 많습니다. 오늘 저녁 수요 예배 때까지 시간 남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아저씨께서 “배에서 게 넣고 라면 끓여서 먹고 가요.”라고 말씀해주셨다. 한쪽에서 게를 넣고 물을 끓이고 한쪽에서는 통발로 잡은 놀래미와 붕장어(아나고)로 회를 뜨기 시작하셨다.
게를 넣고 끓인 솥에 라면을 넣고 회와 함께 배에서 먹는데 그 맛은 정말 뭐라 형연할 수 없는 맛이었다. 제가 웃으며 “만약 신선이 바다나 섬에 살았다면 이렇게 먹고 놀았을 듯합니다.”라고 말씀드리자. 함께 웃으며 자신들도 배에서 이렇게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말씀해주신다. 그리고 낚시 손님들도 항상 배에서 먹는 회와 매운탕 그리고 라면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점심도 맛있게 먹고, 커피도 한잔 끓여주셔서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기고 배에서 내렸다. 이날 잡은 게들은 망에 잘 넣어서 배 안에 물을 넣고 살려 논 뒤에 다음 날 또 작업을 해서 함께 수협에 가서 파신다고 하신다. 오늘은 비록 많이 잡지는 못하였지만 점심 식사까지 4시간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7월에 있을 야간 통발을 벌써부터 기대되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 유진범(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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