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74)ㅣ방주8호 문경두 목사(월전교회)
	방주호 운항자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또 엔진 교육도 받고 있지만 바다 한 가운데에서 엔진이 고장나면 난감해진다. 때마침 지나가던 배의 도움으로 견인되어 엔진회사의 조홍익씨(사진 위)의 도움을 받았다.	삐이~ 하는 신호음이 울렸습니다. 순간 좋지 못한 예감이 확 밀려왔습니다. 방주호를 멈추어 세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엔진 마저 멈추고 말았습니다. 여러 차례 시동을 걸어 보았지만 경고음이 울리고는 부르르 떨다 말곤 하였습니다. 분명 엔진에 이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바다 한복판에서 배가 멈추어 버렸습니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로서는 어디에 어떻게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갑작스런 일이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방주호를 운항하며 가장 원하지 않던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때마침 지나는 배가 있어 도움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정박지까지 되돌아오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배를 만나지 못하였다라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거나 닻을 내리고 도움을 청할 수 있을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을 것입니다. 몇 차례 이런 예상치 못한 경험 때문에 방주호 키를 잡을 때마다 늘 불안한 마음이 따라 다닙니다.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고맙게도 조홍익 씨가 왔습니다. 금년 여름, 유난히도 무덥습니다. 지금과 같은 피서철에는 물놀이가 많아 보트 쓸 일이 많다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무척 바쁘다고 하였습니다. 더구나 섬까지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다른 배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뭍으로 배를 끌고 나갑니다. 와 준 그가 고마웠습니다. 엔진을 뜯었습니다. 혼합기 흡입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을 감지하여 엔진 작동이 멈춘 것이었습니다.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몇 시간에 걸쳐 엔진 뜯고 수리를 마쳤습니다. 소형 보트의 엔진 수리는 큰 사고 아니면 대개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엔진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별것도 아닌데 싶은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당분간은 문제가 없겠지 하는 안도감입니다. 그러다가도 고장이 나면 그때는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방주호 운항자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는 고장이 나더라도 그 자리에 가만히나 있습니다. 배는 잠시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조수와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떠 다닙니다. 방주호처럼 작은 배는 요동마저 심합니다. 운항 중에는 자체 동력이 있어 좌우 흔들림이 없지만 그냥 떠 있을 때에는 마구 흔들립니다. 너른 바다는 지나는 배가 흔치 않기 때문에 도움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배를 만났다 하여도 자동차와는 다른 시선과 시끄러운 엔진 소리 때문에 그냥 지나치 버리기 일쑤입니다. 언젠가는 웃옷을 벗어 흔들며 소리치며 도움을 구하였는데도 빤히 보면서도 그냥 지나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낸 구조신호를 구조신호로 알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작고 거의 노인뿐이어서 동력선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휴대전화가 있어도 도움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날이라도 어두워진다면 해상충돌사고와 같은 위험이 높아집니다. 바다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이런 일이 더러 있습니다. 제게는 뜬금없는 고장이 여전히 두려운 일입니다.// - 문경두(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