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76)ㅣ방주11호 정광섭 목사(흑일교회)
	연이어 3년째 섬 봉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청년들이 재미삼아 온다면 더더욱 흥미없는 일이지요. 가까운 거리도 아닌 강원도 원주에서 달려온 청년 대학생들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지요.	따르릉~ 전화가 왔습니다. 원주에 있는 원주 연세의대 대학교회 최호찬 전도사님이셨습니다. “목사님! 이번에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지난 2년 동안은 독거노인 가정에 도배를 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도로변과 너무 더러워져있는 집에 페인트 칠을 해주기로 상의하였습니다. 8월 15일에 들어와서 18일 아침에 나가기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3년 째 이 대학교회 학생들이 우리 교회를 찾는다는 것이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섬은 나가고 들어오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육지 같으면 차량으로 교회 마당까지 쉽게 들어올 수 있으나 섬은 날씨가 일정을 좌우하거든요. 특히 7월과 8월 여름에는 바람과 비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팀이 들어오는 날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모든 기도제목은 이 일정을 위한 기도가 1순위로 바뀌어집니다. 흑일도로 들어오는 육지의 관문인 ‘땅끝’ 갈두항이 관광지이다보니 선교선에 사람을 태우는 일에는 경찰관의 많은 통제를 받습니다.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여객선이 자주 있으면 좋을텐데 흑일도의 여객편은 하루에 한번만 들어오고 나갑니다(섬으로 들어오는 배편: 오후1시30분/ 나가는 배편 : 아침 9시 10분). 지난 해에 이곳에 원주 연세 의대팀이 올 때는 태풍과 겹쳐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땅끝 마을에서 하룻밤을 자고나서야 들어왔고, 들어올 때도 우리 선교선으로 3번이나 실어 나르고야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가 오고 태풍이 온다고 했습니다. 페인트 작업을 하려고 한다면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제가 제일 믿음이 부족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저녁에 그곳 학교 교회에 모여서 청년들이 합숙을 하고 출발하여서 오전 11시경에 땅끝 마을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1시 반 여객선을 타고 흑일도에 도착하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먼저 짐을 풀고 비가 오지 않고 있으니 바로 동네 페인트 작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집을 찾아가 페이트 작업을 하려고 할 때 날씨는 맑게 개였고 뜨겁기까지 하였습니다. 작업하기에는 주님이 주신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그동안 저의 걱정은 헛일이 된 셈입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예상 밖으로 동네 사람들에게서 페이트 작업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집도 칠해주었으면 하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청년들은 4조로 나누어서 총 5가정에 페인트 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청년들은 일은 서툴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 다음날, 마무리를 하고 나면 담장을 칠하기로 했는데 웬일인지 작업을 하러 나갔던 청년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저기 일들만 벌여놓고서 마무리를 못한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습니다. 청년들은 마을 잔치준비와 전도를 하게 되었는데 저녁 때가 되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을 하고 몇몇 형제들과 페인트 칠하는 것을 마저 마무리 하였습니다. 마을회관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방송이 나가고 정해진 저녁 6시에 초청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씩 얼굴을 보이며 오시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잔치를 하는 장소가 너무 더웠는데 맛바람이 샛바람으로 바뀌어 지면서 모인 곳을 시원하게 해주시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잔치가 끝나고 주민들이 돌아가시고 나니 다시 뜨겁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불었던 그 시원한 바람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 모든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하는 것 같아도 주님이 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오는 팀이 페인트도 10말을 가지고 온다는 것을 6말만 가지고 오도록 했는데 모든 일이 다 마무리가 되게 하시는 것을 보면서 이런 은혜를 누렸습니다. 페인트 작업을 하는 것이 성경에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할 때에 양을 잡아서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게 하시고 죽음을 면하게 하시어 하나님의 백성을 그 분께서 구원해내신 것처럼 처음에 하려던 것보다 더 많은 동네의 다섯 가정을 칠하게 하시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 페인트 칠한 이 다섯가정의 영혼들을 구원하여 주세요!” 하는 기도가 나옵니다. 주님이 우리의 모든 것을 책임지십니다!!// - 정광섭(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