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77)ㅣ방주6호 김홍윤 목사(마도교회)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긴긴 여름 밤낮으로 큰 고통을 주던 더위도 태풍 두 방에 힘없이 물러가고 조석으로 찬바람에 창문을 닫습니다. 섬 생활에서 가장 두려운 것 중의 하나가 태풍인데 올해는 두 개의 태풍이 사흘간격으로 겹쳐오는 바람에 바다의 시설물들과 육지의 과수원과 논과 밭의 홍수와 산사태 그리고 단수와 정전으로 온 나라가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섬과 어촌 농촌의 교회들이 큰 손실을 가져와서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주님의 큰 위로와 도움으로 속히 회복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사는 마도 섬 마을과 또 제가 선교선으로 순회전도를 가는 무교회 섬마을은 태풍의 직접적인 진로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서해 남부 지방에서 일어난 피해 상황들을 TV에서 보면서 몸서리를 쳐야했습니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기상예보를 들으면 마치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준비하는 군사들처럼 섬 주민들은 그야말로 잘 훈련된 병사가 됩니다. 모두가 긴장하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제일 먼저 배들을 안전한 마을 안쪽 방파제 안으로 피신시키고 앞줄과 뒷줄을 단단히 묶고 닻줄도 꽁꽁 묶어 안전하게 해 놓습니다. 다음에 해변가의 어지럽게 늘어놓은 어구들을 챙겨서 창고에 들이고, 갯가의 집의 지붕들을 단단한 줄로 당겨 묶고,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빈틈없이 막습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 밤을 보내는 것처럼 조용히 숨죽이며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태풍이 두려운 것은 거센 바람이 사방으로 불어 거친 파도가 동서남북 해안선을 휘몰아 쳐 들어와 방파제를 부수고 배를 파선시키고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 대나무 숲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흔들리고 고요했던 바다도 거칠게 불어 닥치는 바람에 의해 파도는 하얀 물보라를 휘날리며 산더미 같이 커져갑니다. 저 사나운 파도가 언제 마을로 들이닥칠는지 그저 초조하게 바라볼 뿐입니다. 미친 파도가 순식간에 방파제를 뛰어넘어 배를 깨트리고 담장을 무너트리고 지붕을 날려버리고 쓰레기 더미를 집안으로 몰아넣을는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마도는 다행이었습니다. 태풍이 닥친 시간이 밤이 아니고 환한 낮이었고, 물때도 썰물 때라 물이 많이 밀려나가고 작은 배들은 뻘밭에 앉았을 때 태풍이 지나갔고, 또 바람도 한 방향으로만 불어서 파도가 연안으로 들어 닥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해 서부의 끝인 목포나 서해안은 이곳과 물 조류의 시차가 4시간 내지 5시간의 차이가 남으로 그곳은 만조 때에 태풍이 닥쳐서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봅니다. 태풍이 산더미 같은 거친 파도를 일으키며 하얀 물보라를 품어내며 달리는 모습은 정말 삼킬 자를 찾아 달리는 우는 사자와 같이 두렵습니다. 이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하나님의 큰 도움으로 속히 회복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