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78)ㅣ방주8호 문경두 목사(월전교회)
	연거푸 태풍 3개가 몰려오는 일은 처음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태풍은 그런대로 막아냈지만 세 번째는 어쩔 수 없이 당하고 말았다.	벌써 세 번째입니다. 지난 달 말 15호 태풍 볼라벤에 이어 14호 태풍 덴빈이 연이어 닥쳤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또 태풍이 닥친 것입니다. 16호 태풍 산바입니다.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뉴스를 접하면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인터넷과 뉴스로 태풍의 경로를 파악하기에 분주합니다. 그런다 해서 어떻게 될 일이 아닌 줄 알지만 태풍의 위력을 잘 알고 있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16호 태풍 산바는 이곳으로 곧장 달려들었습니다. 비껴가 주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기 주민은 태풍 하면 크게 피해를 주었던 2003년 매미를 기억합니다. 산바도 그에 못지 않다는 TV 뉴스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미는 중심기압이 945hPa(헥토파스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산바는 940hPa로 접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닥쳤을 때에는 955hPa로 그보다 세력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하였습니다. 태풍이 닥치면 섬에서는 온몸으로 맞아야 합니다. 그냥 견디어야 합니다. 맞선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닥치면 비바람에 바닷물까지 섞여 눈코 뜰 사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때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야 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살펴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태풍이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나저제나 하며 바닷일을 하였는데 이제는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다시 일으키기에는 힘도 부치고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한 세상이 다 지나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조차도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몸의 삶은 거기까지일지라도 영혼의 삶은 그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연 앞에서 무기력합니다. 뻔한 사실을 새롭게 인식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깨닫습니다. 자연이 다시금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태풍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남긴 것을 봅니다. 섬에 살면서 무수한 태풍을 맞았습니다. 태풍은 많은 것을 부수어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하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 문경두(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