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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아담한 선착장(처음 사진)은 태풍으로 완전 파손되었다(상단 우측). 홀로남은 이도옥 할아버지와 집,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옆섬 금오도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항도의 전경(오른쪽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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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도옥 할아버지 혼자 섬에 남았습니다. 부인 황본자 할머니가 허리 수술 때문에 장기간 여수에 나가 있고 아랫집 곽후방 할머니조차 없는 때에 태풍을 만났습니다.
15호 태풍 볼라벤에 이어 14호 태풍 덴빈까지는 그럭저럭 버티었습니다. 16호 태풍 산바에 선착장이 그만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외딴 섬이니까 큰 바람은 늘 있는 일입니다. 그런 곳에서 평생 살면서 이번과 같은 경우를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다 지난 후니까 쉽게 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많이 놀랐다고 하였습니다.
수항도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폭이 이백 미터, 길이가 채 오백 미터도 안 되는 정말 작은 섬입니다. 주민이라고는 고작 세 명이 전부입니다. 아랫집에 곽후방 할머니가 혼자 살고 윗집에 이도옥 할아버지와 황본자 할머니 내외가 살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두 사람이 뭍에 나가고 이도옥 할아버지 혼자 섬에 있다 태풍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수항도는 섬이면서도 배가 없어 유배지와 같습니다. 파도가 드센 데다가 배를 마땅히 정박할 시설이 없어 낚시배를 없애 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수항도에는 여객선이 닿지 않습니다. 여객선이 건너편 큰 섬 금오도 옆을 지나다니는 것을 그저 내려다볼 수만 있을 뿐입니다. 한번 나가려면 금오도 유송마을에 전화하여 선가를 주고 어선을 불러야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땔감을 만들려고 나무를 패다가 도끼에 그만 발등을 다치고 말았다 하였습니다. 대충 약을 바르고 붕대로 싸맸지만 아직까지는 걸음을 제대로 걷기가 힘들다 하였습니다. 병원에가 보지 그랬느냐 했더니 선착장이 무너져 배를 타기가 힘들어 포기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눈도 귀도 어둡고 손가락은 류머티스에 걸린 것처럼 뭉툭하였습니다. 이제는 발까지 말썽이었습니다. 여기저기가 고장이라며 배시시 웃었습니다.
나이든 노인이 여객선이 아닌 어선에 오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발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터에 선착장마저 무너져 버린 탓에 배에 오르고 내리는 일이 더욱 곤란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배를 탈 수가 없어 병원에 가자 해도 가지도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이라는 말에 저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갖다주려고 챙긴 양념 김 선물 세트를 비쭉 내미는 것밖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 문경두(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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