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85)ㅣ방주6호 김홍윤 목사(마도교회)
	음력 날짜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것이 바닷물이다. 깊이가 낮아졌다 높아졌다, 또 흐름이 빨랐다 느렸다 한다. 이를 물 때라고 하는데 바닷 속 물고기도 또 어부도 이것에 따라 움직이고 살아간다.	바닷물에는 때가 있습니다. 달의 인력에 의해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는 밀물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썰물 때가 있습니다. 또 15일을 주기로 물의 조수간만의 차이가 날마다 다르기 때문에 음력 8일과 23일은 가장 간만의 차이가 낮은 때라 조금이라 하고 그 때를 중심으로 한 물때 두 물때......여덟 물때 아홉 물때(보름과 그믐)가 최고 간만의 차이가 많고 해류의 흐름도 가장 빠르다가 점차 낮아지면서 조금에 이릅니다.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은 이 물때에 따라 그물질을 하던지, 주낙질을 하여 고기를 잡습니다. 고기란 물때에 참 예민합니다. 때문에 어부들도 물때에 예민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마도는 작은 섬마을입니다. 연세가 많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부들입니다. 육지 사람들은 하루 24시간인 표준 시간을 중심으로 하여 생활을 하지만 섬사람들은 물때와 여객선 시간표를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섬에 들어 올 때나 나갈 때는 내 마음대로가 아닌 여객선 선장 마음대로다' 하는 말 그대로입니다. 몇 년 전에 갯도라는 별명을 가진 할아버지가 교회 다니는 부산에 사는 아들의 권유로 마도교회에 나오셨는데 3주째 나오셔서 예배를 드리는데 제가 설교를 하고 있는 엄숙한 시간에 갑자기 손을 번쩍 드시면서 '목사 선생요!' 하셨습니다. 설교를 멈추고 '예 할아버지' 하니 '아! 저! 물때가... 문어 낚으러 가야하는데....좀...' 하시면서 일어나 나가셨습니다. 물때가 문어 낚으러 가야 할 시간이기 때문에 가야한다 그 말씀입니다. 얼마나 황당했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봄부터 열심히 교회 나오시는 정금련 할머님께서 3주일째 연속으로 결석을 하시고 오늘에야 나오셨습니다. 왜냐고요? 바다 굴 깐다고요. 해마다 11월 한 달을 마도어촌계에서 바다 를 개방하여 주민들로 하여금 굴을 까서 돈을 사라고(벌라고) 합니다. 굴 까는 것도 굴이 붙어있는 갯바위가 들어나는 썰물 때에 합니다. 젊은 여인들은 굴을 많이 까서 돈을 많이 사지만 할머님들은 종일 찬바람을 맞으며 허리를 숙이며 굴을 깐다는 것이 힘든 노동이기 때문에 5만원 벌이입니다. 이 벌이 때문에 교회에도 못 나오시다가 오늘은 물때가 맞지 않아서 교회에 나오셨답니다. 이웃 섬 저도에서 교회 나오시는 정도열 성도 부부는 죽방렴 멸치 어장에서 일하시는데 물때에 따라 교회에 나오시기도 하고 오전 예배만 드리고 식사도 안하고 불이나게 가시기도 한답니다. 전도 팀들이 전도 계획을 세울 때도 어부들이 밤새 잡은 고기들을 수협 활어판장에 팔고 오셔서 씻고 잡수시고 주무시고 난 다음 일어나는 오후 3시경쯤 가정방문을 하고 전도도 한답니다. 또 작은 무교회 섬에 전도 할 때도 육지 여객선이 들어오는 오후 1시가 넘어야 마을에 사람이 있어서 전도를 시작한답니다. 우리교회 반주자인 최집사님은 겨울에 접어들면서 낙지 주낙을 합니다. 매일 오후 3시경에 나가서 물때에 따라 새벽이나 혹은 아침에 들어오시는데, 주일날이 문제입니다. 제발 토요일 밤에는 작업을 하지 말고 주일을 예비하라고 권면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어떤 때는 주일 아침에 반주를 한답시고 허겁지겁 배에서 달려와 예배에 참석은 하지만 몸이 피곤해서 반주도 엉망이고 부인 집사님도 피곤하여 꾸벅꾸벅..... 하루는 '사모님! 오늘 비싼 예배를 드렸습니다!' '왜요?' '오늘 예배드리는 바람에 늦게 현장(바다)에 나가는 바람에 자리를 빼앗겨서 낙지를 얼마 못 잡았단 말이 예요'. 참으로 한심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도 오전 예배만 드리고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가듯이 쫓아 나가시더니만 예배 때문에 손해 봤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분명히 일 할 때와 쉴 때를 은혜로 주셨는데 인간의 욕심이 쉼의 은혜를 스스로 저버리고 어리석게도 일할 때에만 꽁꽁 묶여 종노릇만 하고 삽니다. 하나님께서 전도서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으며.........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