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86)ㅣ방주12호 김치관 목사(새섬교회)
	이웃 연대도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은 미국 이민 교회에서 오랫동안 목회하셨던 분으로 이번이 처음 섬 생활이라 걱정이 된다. 같은 처지에 있는 동역자의 심정으로 서로 돕고 격려하며 지낼 것을 기대해 본다.	한국 교회가 도시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소리를 들은 때도 꽤 오래되었고 개척교회들이 문을 닫는 현실과 서울에서만도 택시 기사를 하는 목회자가 수 천 명이라는 보고가 있는데 농어촌교회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동떨어진 작은 섬 교회는 현상유지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을 주민 수도 점점 줄어들어 18년 전에 120여명이었던 이곳 섬인구가 이제는 60여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교인 수도 23명에서 이제 겨우 6명이 남았습니다. 애쓰고 힘써 전도를 해도, 많은 단기 선교 팀이 수 없이 다녀가도, 개인적으로 일대일 영접기도를 해도 그때뿐이었습니다. 절기(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때에 할머니들 10-12명이 참석을 하는데 그 할머니들 왈 그 동안 대접을 많이 받았으니 갚아준다는 식이며 믿음으로 정착하는 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힘이 쭉 빠집니다. 얼마 전 연대도교회 김명민 목사님께서 사임을 하셨습니다. 5-6년 동안 서로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고 이것저것 정보도 나누면서 협력해 왔었는데 정말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떠나야 하는 이유야 있겠지만 아직까지 더 계셔도 되는데 경기도 파주에 딸이 있는 곳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그 곳으로 가시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후임은 벌써 정해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미국에서 수십 년 사역을 하셨고 그 곳에서 추천을 받아 총회장까지 하신 훌륭하신 목사님이라는 평판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하기를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그토록 넓은 지역에서 사역하시던 분이 미국 목회를 뒤로하고 바다에 둘러싸여 감옥 같은 작은 섬에 오셔서 과연 적응을 하며 사역을 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괜한 나의 노파심이었습니다. 마침내 연대도교회에 새로 오신 목사님과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함은 황천영 목사님으로 인자하시고 온화하신 모습에 먼저 호감을 느꼈고 사모님께서도 후덕한 분이셨습니다. 자녀들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곳에서 은퇴를 하시고 오셨지만 연세는 예순여덟이기에 남은 임기동안 한국의 어디에서라도 사역지가 있으면 마지막까지 어렵고 힘들지라도 아름답게 마치겠다는 각오를 하고 계셨습니다. 전임자이신 김명민 목사님과 친구 분이고 두 분 목사님이 함께하는 자리가 있어 새섬교회에 초대를 해서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 서로 간에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며 정보를 공유하며 섬 생활에서 아무래도 선배로서 도와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2012년 마지막을 보내면서 산양읍 교역자 연합회 모임이 있었다. 김명민 목사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연대도교회에 연락을 취하고 배를 타고 모시러 갔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파도가 꽤 높았다. 황천영 목사님은 난생처음 겪는 무서움이라고 하셨습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겪는 일이라고 하면서 앞으로는 더 어려운 고비도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라는 찬송이 떠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사역해 오신 길이 화려하였다고 보면 이제부터는 정말 힘든 가시밭 같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마다하지 않고 기뻐하며 감수하시는 본받을 만한 동역자를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김치관(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