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90)ㅣ방주13호 조권상 목사(주님사랑교회)
	'미사리'라는 바다에 있어야 할 그물이 밭에 있는 것은 쑥때문. 겨울 내내 그 안에 있는 쑥을 그물로 감싸 보온한 다음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내어 놓는다. 조도에서 쑥은 봄을 알리는 첫 신호인 셈이다.	진도군에 위치해 있는 조도라는 이 섬마을에 개척한지 2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조도를 알게 된지는 1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아버지께서 조도여미교회에 부임하시게 되었고 그 때에 조도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조도에 와서 가장 놀랐던 사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한 겨울에도 밭에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데체 이 추운 겨울날에 밭에 무엇이 있길래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실까...... 저의 호기심이 쌓여가는 도중에도 어르신들께서는 40kg쌀자루에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담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느새 저의 발걸음은 밭을 향해 가고 있었고, 드디어 이 추운 겨울에 하루 종일 고생하시면서 쌀자루에 담고 계시는 초록색 식물의 정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봄철을 대표하는 나물 중에 하나인 쑥이었습니다. ‘아니 쑥은 봄에 나는 작물이 아닌가... 왜 이 한 겨울에 쑥이 자라는 거지.. 비닐하우스도 아니고’ 그냥 밭에서 쑥이 자란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쑥은 대부분 논두렁에서나 나는 나물로 알았는데 밭에서 자란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고 계시는 어르신에게 왜 쑥을 봄이 아닌 이 추운 겨울에 캐시냐고 여쭤보니, 이곳 조도는 겨울에도 잘 얼지 않고 눈도 육지만큼 많이 오지 않아 온다고 해도 쌓이지 않고 바로 녹아서 겨울에 쑥을 캘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쑥을 채취하는 시기는 11월부터 6월까지 하는데 거의 1년 농사같이 한다고 합니다. 혹시 겨울에 조도에 오신다면 밭에 파란색 그물 같은 것으로 넓게 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놀라지 마세요. 그물은 겨울에 쑥을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보온 역활을 합니다. 그물의 명칭을 마을분들에게 물어보니 ‘미사리’라고 하는데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가 없고 저의 생각으로는 뜻이 없는 그냥 명칭일 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농촌은 농번기, 농한기가 있지만 오직 농번기만 있을뿐인 이곳 조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생활비를 벌고자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밭에 나가시는 분들이 여전히 계십니다. 그 모습을 볼 때면 한 부모의 자식의 입장으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는 사역자로서 이분들에게 고된 일로서 오는 삶에 대한 고통과 허무보다는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몸과 마음의 안식을 드리고 싶은게 사실입니다. 이젠 따뜻한 봄이 찾아 왔습니다. 이 분들에게도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의 봄이 찾아오기를 기쁨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 조권상(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