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91)ㅣ방주6호 김홍윤 목사(마도교회)
	오래 오래 전에 철없이 고집 부리던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도 이랬을까?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 또 나의 슬픔 알까 주 밖에 누가 알아주랴 영광 할렐루야!’ 허전한 마음에 넉두리를 하듯이 찬송을 불러봅니다.	봄은 문턱을 넘어와 화분에 예쁜 꽃을 피우고 쑥 냉이 달래가 식탁에 올라 봄 냄새를 풍기는데 마을 어부들은 두터운 방한복에 푹 눌러쓴 모자로 아직도 한겨울이랍니다. 새벽3시부터 일어나 고기잡이 어구인 주낙을 준비하여 배에 가득실고 캄캄한 바다에 나가 노래미라는 고기를 잡아 아침 수협공판장에 팔고 낮에야 돌아옵니다. 아직 새벽날씨는 한겨울의 칼바람 같은데, 또 변덕스런 날씨로 갑작스런 폭우와 돌풍도 잦아서 산더미 같은 파도와 싸우면서도 쉬지 않고 고기잡이를 한답니다. 그 가운데 우리교회 성도들도 2가정이 있어서 늘 마음을 조이면서 돌아오는 배를 보고 감사하며 그들을 위로하며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쌍스럽고 무지하며 욕심과 싸움꾼으로 마을에서 손가락질을 받든 천한 사람들인데 하나님께서 그런 자들을 먼저 불러 교회에 앉혀주시고 예배를 드리며, 말씀을 들으며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 조금의 변화는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영광 보다는 욕보이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생활이라 목회자로서 가슴앓이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은 마을이라 성도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욕설이나 가정에서 다투는 사소한 사건들이나 이웃 간의 언쟁들을 직접 다 보고 들으며 사는 목회자의 마음은 좌절을 넘어 절망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며 목회 계획을 세우며 열정을 내어 달려가다가 이제는 조금 달라졌겠지 하고 돌아보면 전혀 변화가 없는 추잡한 그 옛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고 또 억장이 무너지고.......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30년. 50대 중반인 정창호성도가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먹고살기 위해 어업전선에 뛰어들어 이 섬 저 섬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곳 마도마을에서 처녀를 만나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으나 아내가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장애로 인해 술과 폭력으로 마을에 골치 덩어리였습니다. 3년 전에 아내를 따라 교회에 나왔으나 처삼촌 집사와 다툼이 생겨 교회를 포기하고 다시 폭군이 되었는데 결국 머리에 대 수술을 하고서야 교회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정말 새로운 각오로 시작한 신앙생활이 16개월 동안 결석 한번 없이 누구보다 먼저 예배에 참석하고 헌금생활도 최선을 다 하며 가정생활이나 교회생활에 모범적인 성도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로부터 많이 변했다고 칭찬을 들으며 교회의 덕을 세워 이번 고난주일에는 세례를 베풀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특별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설날 주일에 결석을 하여 곧 바로 찾아 가 보았습니다. 객지에서 돌아온 자녀들과 손자들로 왁자지끌 해야 할 집안이 쥐죽은 듯 조용하기에 문을 열고 성도님의 이름을 부르니 캄캄한 방에 누워서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씀이 ‘다시는 교회에 안 나갑니다’ 는 것입니다. 왜 그러느냐고? 화를 풀고 다시 교회에 나가자고 타이르며 설교를 하고 기도를 하고..... 삼고초려가 아니라 열 번 스무번을 찾아가서 만나도 묵비권. 장인이 돌아가 문상을 가고, 손가락 수술로 입원한 병원도 찾아가고 이래저래 발품을 팔고 안타가워 울먹이며 기도를 해도 도무지 님의 마음은 돌아설 줄을 모릅니다.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았는지 원인은 알았으나 정작 상처를 준 처삼촌인 집사님은 전혀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에 속이 새까맣게 탑니다. 도시교회의 한 구역도 안 되는 적은수의 성도, 자리하나 채워지고 비워지는 것에 희비가 엇갈리고 의욕이 달라지고 얼굴표정이 달라지는 작은 섬 교회 목회자인데 작년 가을에는 저도에 사는 정도열 성도가 아내와 형수를 배에 실고 몇 년 만에 우리교회로 돌아와서 이제는 우리교회에 나오겠다고 약속을 해서 얼마나 기뻤었는데, 점심 애찬 때 상을 하나 더 펼치며 성도 모두가 기뻤었는데 겨우 한 달도 못되어서 다시 도시교회로 가버리고, 지난겨울에 빙판에 넘어져 어깨뼈 수술을 한 정금련 할머니 성도도 대구 작은 아들내 집으로 가시고, 이래저래 확 줄어든 성도, 빈 의자들...... 이번 주일에는 마음을 풀고 돌아오려나 하고 목을 쭉- 뽑고 기다리는 슬픈 사슴이 됩니다. 제 욕심대로 살아보겠다고 집나간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도 이랬을까? 오래 오래 전에 철없이 고집 부리던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도 이랬을까?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 또 나의 슬픔 알까 주 밖에 누가 알아주랴 영광 할렐루야!’ 허전한 마음에 넉두리를 하듯이 찬송을 불러봅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