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거의 육지로 나가버리고 노인들만 남은 흑일도, 부족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중 병환으로 인하여 갑자기 병원에 가야할 일이 걱정이다. 이럴 때 사용할 차량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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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목포를 출발하여 해남 남성항에서 11시30분에 출항하는 철선을 타고 흑일도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할머님 댁으로 가서 차에 태워 12시40분에 출항하는 철선을 다시타고 섬을 빠져나왔습니다.
해남종합병원에서 검사를 하였는데 갈비뼈 4개가 부러지고 몇 군데는 실금이 가서 입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병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집에 가서 병실이 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난감한 일입니다. 서울에 있는 아들한테 연락을 했더니 다시 섬으로 들어가서 하루나 이틀만 계시면 자기들이 서울로 모시겠다고 섬으로 들어가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할 수없이 급하게 갈두항으로 와서 2시40분에 출발하는 철선을 타고 어렵게 흑일도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를 집에다 모셔 놓고 교회에 오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고 이상하였습니다. 한참을 생각해 보니 끼니를 굶었던 것입니다. 세 번이나 배를 타야 했으니 그 뱃시간에 쫒겨서 밥 먹을 시간을 놓쳐 아침부터 지금까지 굶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차를 움직이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밧데리가 방전이 되었나 싶어 부근의 다른 차를 불러다가 충전을 시도해보았으나 전혀 움직이지를 않는 것입니다.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여 견인을 부탁하였는데 섬이라 출동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가까운 정비소 카센타에 부탁을 해보아도 섬이라 안 된다는 말만 들려 올뿐입니다.
섬이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많지만 이번처럼 난감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육지 선착장까지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고민 끝에 마을 노인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경운기가 앞에서 끌고 선창으로 가서, 뱃사람들과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철선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육지로 나가 보험회사 견인차가 견인해 갔습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돈이면 다된다는 세상인데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섬에서는 있었습니다. 섬에는 평균연령이 60세가 넘습니다. 병원으로 나가거나 사고가 있을 때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재 차량은 아주 노후된 차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장이 잦습니다. 섬 노인들의 비상시 손발이 되는 튼튼한 차량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정광섭(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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