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의 항해일지는 특별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외국의 선교현장이나 성지순례의 영상입니다. 올해는 터키에 있는 성지입니다.      4일 : 데린쿠유     11일 : 안디옥, 다소     18일 : 괴레메 동굴교회     25일 : 파샤바 계곡 등

	이른 아침부터 우리 일행은 햇살을 받고 있는 녹색의 밀밭을 한없이 지나쳤다. 그렇게 대절한 버스로 열심히 달려오자 고대 수리아 안디옥(현재 지명, 안타키아) 동편에 있는 실피우스(Silpius)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멍이 군데군데 뚫린 바위산에는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이곳 가파른 산 중턱에서 고딕 양식의 베드로 동굴교회를 만났다. 도심에서 꽤 떨어진 산고개에 올라와서야 겨우 초대교회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눈 위로 보이는 베드로 조각상, 강대상과 돌로 만든 의자가 바닥에 놓여있고, 그 오른쪽 바위에서 약수가 흘러나왔다. 당시에 이 물로 세례를 받았을 터였다. 오래되어 낡아버린 모자이크 한 부분과 위급한 상황에서 산 반대편 쪽으로 피신하려고 만든 작은 비밀통로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마리아 상이 남아있는 것의 전부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동굴 안의 분위기는 현재 이곳 주변의 밭과 목초지, 집 등 평화로운 풍경과는 너무 달랐다. 스데반 집사가 순교한 이후에 핍박을 피해 흩어진 예루살렘교회 성도 일부가 안디옥으로 와서 교회를 세웠다. 산 곳곳의 구멍은 사람이 살았던 크고 작은 동굴, 숨어살며 예배드려야 했던 안디옥교회 성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최초로 바나바와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했으며 여기에서 믿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을 맨 먼저 얻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안디옥 시가지에는 모스크의 첨탑만 보일 뿐, 그 어디에도 교회의 십자가는 없었다. 수리아 안디옥을 지나 바울의 고향인 다소(현재 지명, 타르수스)에 도착했다. 지중해와 타울러스(Taurus) 산맥 사이에 위치하며 시드누스(Cydnus) 강이 이 도시를 관통하고 있었다. 저 험준한 산맥 길을 넘어 굶주리고, 강도의 위험을 당하면서도 바울이 끝까지 전했던 복음을 생각했다. 우리는 도심을 걸으며 '바울의 생가 우물'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바울의 초상화가 보이는 바로 그곳에 작고도 깊은 우물이 순례객을 반겨주었다. 다소의 길거리 어딘가에서 바울의 음성과 발자국 소리가 곧 들려올 것만 같았다. 바울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로마 군인들에게 체포되었을 때 "나는 유대인이라 소읍이 아닌 길리기아 다소성의 시민(행 21:39)"이라고 로마의 천부장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렇게 큰 도시여서 많이 발전했을 거라는 기대를 했는데 의외였다. 하지만 작고 소박한 마을은 오히려 고향의 모습처럼 다가와 정겨웠다. 지금 이대로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21세기에 미안한 일인 줄 알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디옥과 다소 등 터키의 모든 도시들이 무슬림의 땅으로 변모했다. 다행히 베드로 동굴교회 강대상 앞에 새겨진 알파와 오메가 글씨가 나중까지 끝내 포기하지 않으시겠다는 주님의 마음을 읽게 해주어 작은 위로가 되었다. 또 하나, 동굴교회 근처에서 들꽃을 한 다발 내밀던 어린 소녀가 안디옥을 떠나 와서도 오래도록 눈에 밟혔다. 마음으로는 팔아주면서 따스한 눈길을 보내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외면해 버렸다. 이럴 때 주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꽃을 들고 '머니, 머니'를 몇 번이고 말하던 또렷한 눈망울의 아이가 두고두고 아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3분 02초 ■ 촬영지 : 안디옥, 다소(터키, 2004년) ■ 배경음악      • 곡명 : 주님의 얼굴 보라      • 노래 : 신영옥      • 음반 : Secred Songs(예당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