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의 항해일지는 특별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외국의 선교현장이나 성지순례의 영상입니다. 올해는 터키에 있는 성지입니다.      4일 : 데린쿠유     11일 : 안디옥, 다소     18일 : 괴레메 동굴교회     25일 : 파샤바 계곡 등

	아주 오래 전, 괴레메(Goreme) 인근의 산들이 몇 차례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 이 때 날려온 많은 화산재가 쌓이기를 반복하며 모래 섞인 응회암층이 대규모로 형성되었다. 암석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온갖 바람과 빗물, 지하수에 의해 깎이고 부서지며 기묘한 조각품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이 바위산을 뚫어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인류 문화가 삭막한 화산 지대 안에 스며들었다. 괴레메는 이처럼 인간과 자연의 역사가 같이 숨쉬고 있다. 그리하여 유네스코가 1985년에 세계복합문화유산으로 선정하였다. 빨간 지붕의 현대식 집과 바위가 서로 어우러진 마을을 지나 일행을 태운 버스는 막바지 언덕길을 넘어섰다. 길가에 자리한 기암괴석에 그만 눈이 팔려 있었는데 어느덧 목적지인 괴레메 야외박물관(국립역사공원)에 다다랐다. 아! 진기한 바위 유적들. 하늘 향해 솟은 수만 개의 바위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바위를 파 내려가며 지은 집과 교회가 곳곳에서 보였다. 당시에 동굴 입구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놓아 외부에서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이라는 뜻의 '괴레메' 이름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자주 발생하는 전쟁을 피해 괴레메 계곡을 찾았거나 수도사들이 순수하게 신앙을 지키려고 몰려들었다. 이들에게는 여기가 구원의 바위요, 피난처였다. 문 입구 위로 조각을 아름답게 새겨놓았다. 그 작은 문을 통과하면 여러 개의 길이 나타난다. 식당에는 늘어진 긴 식탁이 만들어져 있다. 검게 그을린 부엌 한쪽에서 누군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빵을 굽는 것만 같았다. 고스란히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어 후끈한 열기가 발바닥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전율을 느꼈다. 공개된 동굴교회들은 사과가 있는 교회, 성 바르바라교회, 뱀의 교회, 샌들 교회, 어둠의 교회, 혁대고리가 있는 교회 등등 나름대로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돔 형식의 천장과 벽면, 아치형 기둥에 석회로 칠을 하고, 그 위에 안료를 사용해 성경 속의 주제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모두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비잔틴 시대의 귀중한 성화들이다. 주로 붉은 색 안료를 사용해 그렸다. 수도사들이 기른 비둘기 배설물에서 붉은 색의 천연 염료를 쉽게 구한 까닭이다. 간혹 다른 지역에서 들여온 파란 색 안료가 빛 바랜 그림 속에서 한층 돋보인다. 문 안쪽 바닥에 발자국(샌들)이 있어 사람의 눈길이 잠시 머물기도 한다. 성인 두 사람이 십자가와 칼을 잡고 뱀을 대적하는 장면은 사단을 물리치는 강력한 도구가 오직 말씀의 검과 십자가뿐임을 깨닫게 해준다. 어떤 교회는 알파벳 축약어로 '유대왕 예수 그리스도'라고 써놓았다. 물고기, 나무 줄기 등 단순한 그림과 무늬만을 그린 벽화를 만났다. 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포도나무를 그린 것으로 최후의 만찬을 상징한다. 같이 동행한 현지가이드의 명쾌한 설명이 더해져 그림의 형체와 뜻은 내게 더욱 분명해졌다. 민둥산처럼 매끈한 피부를 보여주는 괴레메 야외박물관에 봄이 되어 파릇파릇하게 풀이 돋아났다. 그리고 추위를 이겨낸 나무가 연분홍빛 꽃을 피워냈다. 척박한 바위산 계곡에 뿌리를 박고 당당하게 핀 꽃에서 숨은 생명력을 보았다. 곧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곳 동굴교회 세례터에서 세례를 받고 믿음의 고백을 하며 살다간 사람들이 순간 머리에 그려졌다. 나도 모르게 피고 지는 꽃에 결코 견줄 수 없는, 사람이 주는 벅찬 감격이 솟구쳤다. 저기 눈부신 햇살이 다이아몬드 알갱이를 만들며 바위 기둥 위로 떨어진다. 하나님의 충만한 은혜는 여기에도 있었다. 늘 어디에나!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2분 47초 ■ 촬영지 : 갑바도기아(터키, 2004년) ■ 배경음악      • 곡명 : 바위로 가자      • 노래 : 아바딤남성중창단      • 음반 : 주 사랑하기 원하네(장로회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