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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자랑하는 기이한 암석 계곡이 갑바도기아에 몰려있다. 그 중 구멍 뚫린 바위집이 아름다운 위치히사르와 비둘기들이 바위틈에서 수도사들과 함께 살면서 형성된 비둘기 계곡을 거쳐 장미 계곡을 지나고 있다. 해질 무렵이면 저녁노을이 닿아 황홀한 장미 계곡, 야생장미가 많았다는 말도 있고, 비가 오면 붉은 색으로 변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바위 자체가 연한 분홍빛이다. 이 주변이 바로 '스타워즈1' 영화 촬영지로, 불그스름한 계곡에서 열심히 연습비행을 하는 소년이 머리에 그려진다.
낙타 모양의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파노라마 계곡에서 장대하게 펼쳐지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리 에르지예스산(Mt. Erciyes, 3,917m)이 봉우리에 많은 눈을 이고 있다. 아라랏산에 이어 터키에서 두 번째로 큰산이다. 이 산에서 엄청난 화산폭발이 일어나 지금과 같은 거대한 바위 계곡들이 만들어졌다. 간적으로 큰 힘이 느껴졌다. 설산을 보며 스키어들이 3,000m 높이에서 눈밭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시 계절을 잊었다.
지구의 땅덩어리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원추형의 여러 바위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파샤바 계곡에 온 것이다. 바위들은 버섯이나 갓, 굴뚝같은 모양이다. 여기가 지구 맞아? 혹은 별난 행성? 태곳적의 신비감마저 느끼게 하는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이 곳에 수도자들이 찾아들어 높은 바위에 둥지를 틀고 수도생활에 전념한 흔적이 있어 더 놀라게 했다.
이러한 갑바도기아의 바위 유적을 발굴한 사람은 프랑스 예수회 소속의 한 학자였다. 더운 날, 말을 타고 피곤한 몸으로 여행하는 중에 찾아냈다고 한다. 화들짝 놀라서 탄성을 지르며 그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는 얘기가 있다. 오랫동안 묻혀있던 바위 계곡은 이렇게 해서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계곡에서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고, 순례객들은 바위 어딘가에 마음을 두고 오는 것만 같았다.
기념품 가게에는 돌 조각품을 비롯해 청동이나 금속 제품 등이 많았다. 우리 일행은 바위 동굴에서 도자기를 구워 유명해진 아바노스의 한 도자기 공장에 들러 물레를 돌리며 색다른 체험을 하였다. 도시 옆을 흐르는 강 주변에 철분을 함유한 황토색 흙이 많아 일찍이 도자기를 많이 생산한 곳이다. 공방 한쪽에서 접시에 펜으로 무늬를 정성껏 새겨 넣는 광경과 카페트를 한올씩 짜고 있는 여인들을 보았다. 카페트를 짜고, 도자기를 빚고, 어느 나라든지 삶의 현장에는 열정이 살아있었다.
터키 순례 중에 비가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아침에 도로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밤새 내린 이슬이라고 말했다. 문득 이 터키 땅에도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가득 넘쳐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씀을 기억했다.
"우리는 바대인과 메대인과 엘람인과 또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갑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행 2:9)."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여 각 사람이 난 곳 방언으로 말씀을 들었다. 그 사람들 안에 갑바도기아인이 있다. 성령은 불같이 임했고, 이곳 사람들의 신앙은 뜨거웠다.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기독교가 이처럼 처음 발을 딛고 뿌리를 내려 많은 유적이 남아있는 땅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천 년이 흐른 지금 갑바도기아는 황폐한 채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초대교회처럼 터키에 성령님이 강하게 임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진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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