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인 2002년 가을, 김순태 선교사가 비디오 테잎 몇 개를 들고 찾아왔다. 편집을 해 달라고 했다. 섬을 오가기도 바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대부분 거절을 한다. 그러나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이기에 바로 거절을 못하고 한 번 보기로 했다. 테잎 방식이 옛날 구형으로 그 분이 가지고 온 주먹만한 소형 카메라로 간신히 보았다. 하나 둘 테잎을 바꾸면서 나는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둥근 쇠파이프를 악기 삼아 장단맞추는 소년의 손놀림, 진흙탕 물이라도 얻기 위해서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여인들, 휑하니 뚫린 지붕아래에 모여 찬양하는 사람들의 눈빛, 그리고 손짓이 있었다. 방금 소들이 지나간 흙탕물 속에서 치러지는 세례식은 얼굴이 화끈거려 볼 수가 없었다. 결 고운 검정 피부를 가진 소녀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보고 난 후, 처음 하려고 했던 말을 나는 차마 꺼내지 못했다. 아프리카 동부,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 된다. 아프리카 나라 대부분이 그렇듯이 케냐 역시 가난하기는 마찬가지다. 7세기에 아랍족을 시작으로 15세기에는 포르투갈, 19세기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3년에 독립하였다. 독특한 생활 방식 때문인지 마사이 부족은 우리나라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김순태 선교사가 마사이 부족을 찾아가기는 그의 나이 32살, 지금부터 25년 전이다. 어느 집회에서 아프리카 선교사의 간증을 들으면서 결심했다고 한다. 폐교된 나록신학교를 다시 세워 활동의 근거지로 삼았고, 신학 교육 뿐 아니라 기술도 가르쳐 이들이 문명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빈민국 생활을 면치 못하는 케냐, 특히 마시이족들은 자신들의 장래를 이 학교에서 찾으려고 한다. 마사이 부족과 함께 젊음을 보낸 그가 이들에게서 받은 것은, '마사히 하프', '자기의 마음을 준다'는 의미의 목걸이 메달이다. 지극히 고마운 사람께만 주는 각별한 것이다. 지상에서 받는 것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주님께서 예비하신 상급이 있을 것이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20분 30초 ■ 촬영지 :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 부족촌 ■ 나레이션 : 김도현(KBS 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