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2의 도시 쌍트 빼쩨르부르그는 1703년 피터 대제가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세웠던 재정 러시아의 오랜 수도였다. 그래서 이 도시는 '유럽으로 열린 창'으로 불렸다. 구 소련시절에는 레닌그라드로 개명되었고 수도도 모스크바로 옮겨갔지만 아름다운 건축물들로 인하여 현재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차이코프스키와 도스토예프스키, 푸시킨 등의 예술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구 소련이 해체된 2년 후인 1993년, 이 도시에 흩어져 있던 한인선교사들은 소속 교단을 초월하여 미르선교회를 조직하여 모든 활동을 공동으로 하기 시작했다. '미르'라는 단어는 러시아 말로 '평강'과 '세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평강의 복음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서 전하자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이 선교회는 신학교와 선교훈련원을 운영하고 러시아인교회, 고려사람교회, 한인교회를 개척하였다. 한글학교와 구제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고려사람교회에는 우리 동포 까레예츠가 많이 모인다.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고려인 수가 이 도시에만도 수만 명이 넘는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하여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소련의 붕괴로 다시 쫓겨나 이곳으로 옮겨올 수밖에 없었다. 장영호 선교사가 그 땅에 간지도 17년이 지났다. 미국 유학 가서 유명 대학교를 다니며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한국을 등질(?) 것으로 나는 생각지 못했다. 아버지가 암으로 가셨고 지병으로 고생하며 홀로 계시는 늙은 어머니를 외아들인 그가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가끔 선교보고 차 한국에 나왔다가도 어느 날 훌쩍 떠나버렸다. 나이 차이와 상관없이 나는 장선교사를 많이 의지한다. 한국섬선교회가 창립되던 1987년, 텅 빈 사무실 한 쪽에서 극심한 외로움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을 때 당시 신학생이던 생면부지의 장선교사가 찾아왔다. '제가 무엇을 할까요'로 시작된 그의 말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키가 6척이 넘는 그의 곁에 서면 나는 마음이 든든하다. 그동안 힘들었던 피로가 싹 물러가 버린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그냥,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 -최종민 (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5분 12초 ■ 촬영지 : 쌍트 빼쩨르부르그(러시아) ■ 배경음악 : 주께로 나갑니다(노래/올가 베구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