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도 동경 126° 16″/ 북위 33° 06″ 방위 모슬포항 남쪽 6.8마일
	사람이 섬에 남아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이 섬을 닮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곁에 있어준 것들이 고맙고, 익숙한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바다가 가르쳐주는 교훈에 귀기울이며 살아간다. 그래서 같은 섬사람들이지만 섬의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들이 조금씩 다르다. 마라도 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한 이유를 들자면 섬 전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기정(절벽, 마라도 방언)이 한 요인일 수 있다. 이 섬의 전 연안은 격심한 파도에 의하여 형성된 해식동굴로 되어 있다. 작지끝, 고래미통, 섬비물, 남덕, 월남덕, 과재통, 성멀 등 많은 바위와 동굴이 즐비하다. 북쪽 한끝만 완만하게 기울어 있을 뿐 섬 전체가 적게는 10m에서 크게는 40m 높이의 절벽으로 되어있다. 특히 동쪽이 더욱 그러한데 등대 뒤쪽을 중심으로 좌우 약 500m에 걸쳐 절정을 이룬다. 이 절벽들은 무구한 세월동안 바람과 파도에 씻겨 내린 탓으로 안쪽으로 굽으면서 화산암 특유의 새카만 빛을 발산하고 있다. 그 밑은 새파란 파도가 넘실대며 가끔씩 물 속으로 비치는 울퉁불퉁한 바윗돌을 보는 것만으로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1992년 10월, 이 섬을 처음 가서 절벽을 보던 날 밤 나는 몇 번 소리를 질렀다. 한쪽 다리만 살짝 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어찌어찌 했을 생각을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란 것이다. 이 절벽은 마라도 사람들에게 삶의 근원이다. 마라도에는 샘이 없다. 땅속으로 2m만 파 들어가도 곧 화산암과 만나 버리니 지하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빗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집집마다 대형 물탱크를 갖고 있다. 지붕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그 곳에 고이면 1년이고 2년이 되어도 물이 썩지를 않는다는데 그 이유는 순전히 이 절벽 때문이라는 것이다. 폭풍이나 태풍이 몰아칠 때에 절벽에 부딪치면서 높이 솟구친 바닷물은 하얀 물안개를 형성하면서 동네 지붕 위에 쌓이게 된다. 이 바닷물은 빗물과 함께 물탱크에 흘러들 것이고, 빗물과의 무게 차이 때문에 가장 위층에서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외부의 잡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2분 45초 ■ 촬영지 : 마라도(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2005년) ■ 배경음악      • 곡명 : 주 너를 지키시리      • 노래 : 서울모테트합창단      • 음반 : 서울모테트합창단 명성가3집(국제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