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진도군 조도면 광대도 동경 125° 06″/ 북위 34° 32″ 방위 하조도 북쪽 12.8마일
	섬이 새떼처럼 모여있다 하여 부르는 조도군도는 전라남도 진도군에 속해 있다. 그곳 한 가운데에 떠 있는 광대도를 내가 처음 찾았던 때가 1989년 3월이었으니 20년이 다 되어간다. 수평선에서 만난 사자 한 마리, '사자섬'이란 별명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당당한 겉모습과는 달리 선착장이 따로 없이 얼기설기, 돌담으로 쌓은 포구에 홀로 있는 조각배를 보니 이 섬의 쓸쓸함을 알만 하였다. 광대도의 주민이라곤 이정남씨와 김성자씨 부부 단 두 사람, 해안 바위에 자라난 자연산 해초를 수확하고 작은 어선으로 횟감들을 잡으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형편이다. 부식거리라도 심을 만한 밭이라고 해야 비좁은 땅 떼기 뿐, 전기는 태양열로 대신해야 하고, 빗물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힘겨운 살림살이, 이곳에 이들 부부가 살고 있다. 여객선이 이 광대도에 들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섬밖으로 나가려면 산꼭대기에 깃발을 세워야 한다. 이틀에 한번 지나가는 여객선이 이 깃발을 놓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처음 갔던 그때, 부부의 살림집 마당 건너에 있는 초등학교를 보았다. 섬들을 다니면서 그렇게 많은 학교를 보았지만 이런 학교는 처음이었다. 허름한 집에 딸린 방 한 칸이 교실이었고 벽에 걸린 칠판 하나 그리고 다닥다닥 붙은 책걸상 서너 개가 있을 뿐이었다. 학생은 3명, 물론 이들 부부의 자녀들이었다. 수시로 방(교실)을 드나드는 입학 전의 막내까지 합해야 4명이다. 정년이 훨씬 넘었을 선생님, 그리고 할머니 사모님, 이분들을 그 다음에 갔을 때는 볼 수 없었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폐교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해 여름 이들을 서울 구경시켜 준 것이 내가 준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이들 부부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요 기반이다. 그러나 절망도 안겨주는 바다, 바다만 없다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안타까움도 많았을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섬을 빠져 나올 때 이들 부부의 얼굴 표정은 너무 어둡다. 섬마을의 이별은 보내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을 섬놈인 내가 모를 리 없다. 손님이 떠나고 나면 찾아오는 더 까마득한 적막을 우리가 전해주는 말씀이 하늘나라 양식이 되어 극복하고, 이들 부부를 지탱해 줄 것을 바랄 뿐이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4분 07초 ■ 촬영지 : 광대도(전남 진도군 조도면, 1998년) ■ 배경음악      • 곡명 : 축복송      • 노래 : 송정미      • 음반 : 잃어버린 영혼을 위하여(금성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