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신안군 비금면 비금도 동경 125° 55″/ 북위 34° 45″ 방위 목포항 서쪽 27마일
	전남 신안에 있는 비금도는 다른 섬보다 자주 찾게 된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섬들이 모여 있는 곳이며 비금도는 그중 맏형 뻘에 속한다. 또, 먼 바깥 바다에 속한 흑산도와 홍도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섬들을 오고 가면서 잠깐 머물다 가는 '쉼터'로 비금도를 택하고 있다. 봄소식은 제주에서 먼저 알려올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비금도와 비교할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제주의 봄은 샛노랗게 물들인 유채 밭에서 시작하지만 비금 섬은 그들만의 봄바람이 따로 있다. 겨울 끝물에 조금이라도 수온이 풀리면 섬사람들은 바지를 걷어올리고 바다 갯벌로 뛰어든다. 낙지를 잡겠다는 것이다. 제주의 봄은 꽃향기를 코끝으로 맡으며 시작하지만 비금도는 뻘밭 깊숙이 파묻힌 손끝에서부터 시작한다. 삶의 현장인 바다 한 가운데서 겨우내 기다린 봄을 손끝으로 수확하는 그 맛은 다를 것이다. 이른 봄, 그 날도 어김없이 바닷물이 물러간 자리에 그들은 나와 있었다. 기대감을 안고 한 해 바다 농사를 시작하고 있다. 건져 올린 수확물을 담아야 하고, 또 허벅지까지 차 오르는 뻘밭을 헤집고 다니는 동안 마치 썰매역할을 해 주는 '고무 다라'는 거추장스럽지만 그래서 떼어놓지를 못한다. 여느 곳과 다른 봄의 싱그러운 모습이다. 가슴 안에 두텁게 깔린 그동안의 어두움을 벗고 나도 그들처럼 뻘 속으로 손끝을 넣어본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2분 25초 ■ 촬영지 : 비금도(전남 신안군 비금면, 2005년) ■ 배경음악      • 곡명 : 존귀하신 구주      • 노래 : 시셀      • 음반 : Summer Snow(유니버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