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의 항해일지는 특별한 내용으로 채우겠습니다. 외국의 선교현장이나 성지순례의 영상을 담으려고 합니다. 올해는 그리스의 성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5일 : 에게해와 밧모섬1     12일 : 밧모섬2     19일 : 메테오라수도원     26일 : 빌립보 외

	사도 요한이 계시를 받은 동굴의 정문 기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계시록의 거룩한 동굴, 사도 요한은 밧모섬에 있었더라.' 성경 말씀을 읽으며 마음에 그려보던 밧모섬은 현재 그리스 영토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실재섬이다. 인구는 3,000여 명으로 섬 중앙의 산언덕 마을에 절반 가량이 터전을 잡아 중심지를 이룬다. 바로 호라 마을이다. 이 마을의 정상 꼭대기에는 1088년에 사도 요한을 기념하여 세운 수도원이 마치 요새성처럼 우뚝 서있다. 이 수도원이 세워지고 난 후에 기독교는 밧모섬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요한은 로마 정부의 갖은 폭력에도 죽지 않고 살아서 90여 세의 최고령으로 죄수가 되어 밧모섬에 들어왔다. 그렇게 추방된 처지라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리석 채석장에서 돌 깨는 일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중에도 복음 증거에 힘써 결신자를 얻었고, 이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항구의 해변가 근처에는 요한의 세례터가 있으며 순례객의 발길을 한동안 붙잡는다. 세례터 바로 옆에는 엘리야 기념교회와 1713년에 세워진 요한 신학교가 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언덕 중턱에는 '요한 동굴'이 자리한다. 사도 요한이 18개월 간 살았던 동굴로 장차 나타날 하늘의 묵시가 이곳에 임했다. 환상을 본 요한은 그 계시의 내용을 브로고로에게 구술했고, 눈이 어두운 요한을 대신해 신실하게 대필했다. 그래서 동굴 한쪽 벽면의 성화에는 요한과 초대교회 일곱 집사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제자인 브로고로의 모습이 보인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요한이 엎드려 기도한 후에 일어날 때마다 손을 벽에 짚어 옴폭 패인 자국이 남아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그렇게 기도하기를 쉬지 않은 요한의 이마에는 군살이 박혔다고 전해온다. 머리 희끗희끗한 노사도의 체취는 가는 곳곳에서 묻어나 순례객의 눈가를 적신다. 그 날 저녁 우리 일행은 성찬예식을 가졌다. 집례자는 선교회 고문이신 박요한 목사님(당시 88세)이셨다. 그 옛날 사도 요한과 어쩌면 그렇게 모든 면이 똑같으신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의 증거를 인하여 밧모라 하는 섬에 있었더니…." 성경 속의 밧모섬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밧모섬은 시대에 따라 변모를 거듭해 별장과 많은 숙박 시설을 갖춘 호화로운 섬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찾아간 때는 고난주간 며칠 전, 벌써 해안가에서는 배를 수리하고 페인트를 칠하며 부활절 이후에 올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요트와 유람선이 더 많이 넘쳐나는 해안을 떠올릴 때 어쩐지 빛보다는 어두움이 생각난다. 그래서 주님 다시 오실 그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2분 52초 ■ 촬영지 : 밧모섬(그리스, 2004년) ■ 배경음악      • 곡명 : 하늘의 아버지(Holy Art Thou)      • 작곡 : 헨델(G.F.Handel)      • 노래 : 카펠라합창단      • 음반 : 교회합창 명성가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