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동경 126° 30″/ 북위 35° 50″ 방위 군산항 남서쪽 31마일
	여러 섬들을 다니다 보니 가끔 '섬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은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 혹은 방송국이나 신문, 잡지사에서 취재할 만한 섬을 상의해 온다. 놀러간다고 하면 전남 신안군의 홍도를 말해 주고, 이런저런 말이 많으면 선유도를 찍어(?) 준다. 지금껏 그렇게 해서 원망들은 적은 없었다. 선유도는 그런 곳이다. 카메라를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찍을게 있다. 망주봉이니, 평사낙안이니, 선유봉이니 하는 볼거리도 그렇지만 주변에 널려있는 것들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섬치고는 작은 섬이 아닌데도 사방 팔방으로 마치 문어발처럼 가늘게 뻗어있어 어디든지 서있는 그곳은 바닷가다(선유봉은 아님). 조금만 걸어도 쉬 피곤을 느끼는 나는 선유도의 이 점이 좋다. 내가 선유도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곳엔 선유도교회와 오흥덕 목사님이 있기 때문이다. 오 목사님의 특징 중의 하나는 말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소리 없이 빙그레 웃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 선교회 박요한 목사님은 이런 그의 표정을 '소가 웃는 얼굴'이라고 하셨다. 카메라 필름 보관 파일을 보니 1991년 6월에 내가 선유도를 방문하여 오 목사님을 처음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벌써 15년이 넘었다. 섬이 아니라 해도 우리는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러나 오 목사님에게서 들은 말은 별로 없다. 이 말은 역설적이다. 그는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항해 도중 난파선처럼 찢긴 손님의 육신을 추슬러 주는 것은 그의 손과 발이지 결코 입이 아니었다. 점점 왜소해지는 섬교회의 대안이 무엇일까 궁금한 나에게 그는 깊은 성경 묵상으로 아침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몇 해 전 그가 군산에 있는 어느 대학의 '중국어학과'에 등록을 해 나를 긴장시켰다. 혹시 섬을 떠나 중국 선교사로 가려는 것은 아닌지 물어봐야겠는데 그저 웃기만 할 것 같아 묻지 못했다. 이렇게 말이 없는 그가 입을 열었다. 2002년 6월, 선유도교회가 새 예배당을 짓고 헌당예배를 드리는 날에 나는 비디오 촬영을 맡았다. 예배가 끝날 즈음 오 목사님이 인사말을 하는데 시작이 이랬다. "선유도에 서른 넷에 와서 마흔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스물 아홉에 와서 마흔 세 살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뭐 어쨌다는 말은 아니고 단지 그렇다는 뜻으로 들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나지막하면서 조금은 떨리는 듯한 그 말이 내 귀에는 천둥소리로 들렸다. 그후 4년이 또 지났다. 남들은 일 이 년이 멀다하고 떠나는 섬에서. 파도 속에 묻어둔 세월이 어언 20년이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4분 04초 ■ 촬영지 : 선유도(전북 군산시 옥도면, 1999년) ■ 배경음악      • 곡명 : 당신의 넓은 날개를 펼치소서(Bred Dina Vida Vinger)/스웨덴 성가      • 노래 : 시셀(Sissel)      • 음반 : Summer Snow(유니버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