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여수시 돌산읍 금죽도 동경 124° 42″/ 북위 37° 40″ 방위 여수항 남쪽 5.1마일
	우리나라엔 독립가구 즉, 한 세대만 살고 있는 섬이 20여 곳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독립가구는 정부에서 철수토록 강요했는데 혹시 간첩의 은신처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30여 년 전, 늙으신 어머니와 아들만이 살고 있는 서해의 어느 섬에 간 적이 있었다. 섬에 살면서도 바다 어장일과는 전혀 상관없이 밭농사와 소 한 마리 키우는 것이 전부였다. 맨발로 뛰어나와 반기는 것을 보며 사람 모습이 저리도 반가울까 싶었다. 또 말씀은 얼마나 잘 하시는지. 사실, 말을 잘 해서가 아니라 말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중 이 말씀이 가슴 아팠다. 몇 해 전, 어떤 낯모른 사람이 와서 아들을 묶어놓고 소를 가져가 버렸단다. 늙고 등 굽은 어머니는 저항할 힘이 없어 떠나는 배를 바라만 볼 수밖에. 그 후로, 가장 그리운 것이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 또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되었다고 하신다. 금죽도의 사정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지금은 한 세대만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50여 명의 사람이 좁은 땅에서 북적거리며 살았다.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곳 대나무가 여느 것과 달랐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임진왜란 때 화살을 만드는 최고의 대나무로 금죽도의 것을 꼽았다니 과연 금빛이 날 법하다. 김재연 할아버지(77세)는 남들이 다 떠나는 이 섬을 왜 떠나지 못할까? '내 땅이 있고 내가 장만했으니까'가 그가 말한 이유다. 나는 수긍이 간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지만 명쾌하게 정리가 안 된다. 이런 나를 간파한 듯이 조금 알아듣기 쉬운 말씀을 해 주셨는데 '나가서 자식 신세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군대시절부터 교회에 나가셨다는 이 분은 일 주일에 하루, 손자 손잡고 교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내 발로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섬에 남겠노라고 하셨다. 곽수업 할머니(75세)께서도 같은 생각이리라 본다. 이 분들의 바람처럼 섬을 지키면서 믿음도 지키도록 우리 선교회에서는 1994년부터 이 근처에 선교선(방주8호)을 배치하여 순회 항해하고 있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4분 25초 ■ 촬영지 : 금죽도(전남 여수시 돌산읍, 1999년) ■ 배경음악      •곡명 : 날마다(Blott en dag/스웨덴 성가)      •노래 : 카롤라(Carola)      •음반 : Color Orange(신나라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