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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회 소속 선교선 '방주호' 운항자는 매월 운항보고서를 본부 사무실로 보내오고 있다. 선체 혹은 기관의 문제점, 재정 상태, 순회하는 섬에서 일어났던 일 등을 기록하고 있다. 섬에서 생긴 일이란 이를테면 이렇다. '혼자 사는 김봉후 할아버지는 앓고 계셨고, 쌀독을 들여다보니 텅 비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감기약과 쌀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넓디넓은 바다 가운데서 21세기 로빈슨 크루소와 같이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이런 사정을 들을(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편지가 기다려진다.
'방주2호' 노태성 전도사님의 편지는 더욱 기다려진다. 노 전도사님의 편지는 조금 두툼하다. 운항보고서는 물론 교회 주보며 사진, 그리고 두세 장으로 된 편지가 있다. 교인 10여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무슨 주보가 필요할까 싶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감탄사가 나온다. 성실하고 진실된 그의 성품이 그대로 배어있으며 또 디자인 감각까지 갖춘 주보는 정말 '정'이 넘친다. 거기다가 편지를 읽으면 절로 탄성이 터진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지 않으면 관찰될 수 없는 섬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언젠가 이런 제안을 했다. 이런 글들을 많이 써서 나중에 책을 만들어보자고. 선교 현장에서 일어난 이런 생생한 체험담이야말로 분명 베스트 셀러가 될 것이라고 열심히 부추겼는데, 실은 돈을 좀 벌어보자는 내 속셈을 알아버렸는지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노 전도사님은 귀공자 타입이다. 명문대 성악과를 나온 사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만 2년 전, 이 부부가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업고 이 섬에 왔을 때, 그리고 짠물 쭉쭉 흐르는 배 밧줄을 잡고 있는 그 여린 손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일이면 교회가 없는 이웃 섬 교인들을 배로 실어와서 예배드리고, 끝나면 모셔드리고, 또 평일에도 섬을 순회하면서 전도와 예배를 드리는 그의 열정은 쉼이 없다. 작년 추수감사절 예배 때,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성도들이 한 주간 감사했던 제목들을 말하고, 서로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출렁이고, 교회에서는 감사가 출렁거렸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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