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죽도 동경 125° 51″/ 북위 34° 11″ 방위 하조도(면소재지) 남서쪽 13마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등대의 정확한 명칭은 '항로표지 관리소'다. 해양 지리적으로 중요한 뱃길이라고 판단되는 곳에는 불빛으로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등대가 있는데 도로로 말하면 '이정표'와 같은 셈이다. 그런데 선박들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만난 불빛만 보고 어떻게 등대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불빛의 회전판 주기를 체크하는 것이다. 등대마다 불빛이 한 번 회전하는 시간을 달리하고 있고, 등대 불은 이 시간에 맞추어 한 치도 어김없이 돌고 있는 것이다. 죽도등대 이상익 대원도 일몰 직후 등대 불을 밝히자마자 초시계로 시간을 잰다. 이렇게 하기를 13년째, '등대지기'를 시작한 서른 살부터다. 등대 직원은 3명이지만 근무는 항상 2명이 한다. 열흘간씩 교대로 휴가를 나가기 때문이다. 말이 휴가지 육지에 있는 가족들 곁으로 가는 것뿐이다. 이런 근무 형태만 보아도 등대원의 생활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만하다. 죽도는 진도의 그 많고 많은 섬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다. 혹시 목포에서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 본 사람이면(오후 4시경), 신안군과 진도군의 섬 사이를 헤집고 나가다 마침 석양빛을 받고 있는 마지막 섬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 섬이 바로 죽도다. 인구 15세대의 섬에 교회가 없는 것을 보고 우리 선교회에서 1994년 예배당을 세웠는데 이상익 대원은 그 후 3-4년이 지났을 때 이곳으로 와 신앙생활을 하였다. 등대원들의 근무지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98년도에 이번 영상을 촬영하고 5년쯤 지났을까. 신안군 소속의 홍도등대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우리는 등대 뒤 언덕에 앉아 마침 바다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일몰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이따금 그이의 얼굴에 깊게 패인 외로움도 훔쳐보게 되었다. 그의 방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가족들 사진이며,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이 어쩌면 그에게는 또 다른 '등대'인지도 모른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정표'가 그 속에 있을 것만 같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3분 09초 ■ 촬영지 : 죽도(전남 진도군 조도면, 1998년) ■ 배경음악      • 곡명 : 나 주를 멀리 떠났다      • 노래 : 죠이오중창단      • 음반 : 우리 다시 만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