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동경 126° 04″/ 북위 34° 28″ 방위 하조도(면소재지) 북쪽 12.8마일
	예전에는 한 세대가 사는 섬이라 해도 다닐 아이가 있다면 학교(초등)를 세웠다. 지금 어느 섬을 방문하더라도 학교를 만난다. 하지만 거개가 비어있다.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잡초로 무성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까지 가본다. 온전한 것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 몇 장이 붙어있는 '우리들의 솜씨' 속에서 어떤 공통점이 보인다. '거의' 모든 그림에서 배가 등장한다. 배를 중심으로 먼 산, 하늘, 바다, 구름, 그리고 갈매기 몇 마리. 내 이럴 줄 알았다. 섬 아이들에게 갈매기 그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숫자 '3'을 약간 퍼진 듯 엎어놓고 가운데 밑을 살짝 그으면 그만이다. 섬 아이들이 주제로 삼는 배는 물론 여객선이다. 그것도 앞이 뾰쪽한 하얀 여객선. '붕-' 고동소리와 함께 흰 물살 가르며 달려와 사람과 짐을 풀기 시작하면 동네 사람들은 마당 돌담 앞으로 나와 무슨 보물 구경하듯 목을 내민다. 그러나 지금 하얀 여객선은 없다. 차까지 실을 수 있도록 앞(이물)이 터져 있고, 색깔은 녹색인 것도 같고 밤색인 것도 같고, 아무튼 괴물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하얀 여객선을 많이 탔었고 선교회 초창기 때는 우리 선교선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배를 타고 섬을 순회하였다. 그러다가 선교선(방주호)이 많아지면서 여객선 탈 일이 드물어졌다. 십여 년 전인가, 목포항이나 통영항에 가봐도 그 많고 많은 하얀 여객선이 눈에 띄지 않아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전국 어디에도 그런 여객선은 없단다. 차를 실을 수 없는 쾌속선은 옛날 폼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위기는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서운했다. 이 영상은 8년 전인 1998년도에 촬영했으니 그나마 이 모양의 여객선이 잡힐 수 있었다. 이 때만 해도 앞을 조금만 트고 나무 발판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은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요즘 섬 아이들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이 다음 섬에 가면 알아볼 일이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2분 10초 ■ 촬영지 : 가사도(전남 진도군 조도면, 1998년) ■ 배경음악      • 곡명 : 후일에 생명 그칠 때(찬송가 295장)      • 작곡자 : G. C. Stebbins      • 노래 : 테네시 어니 포드(Tennessee Ernie Ford)      • 음반 : GGS(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