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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낯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면 섬사람들은 쉽게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섬사람의 특징 중의 하나인 '배타적 성격'이라고 말한다. 놀러 갔다면 몰라도 전도하러 간 처지에 빨리 이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 훌륭한 도구가 사투리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이 셋 중 하나는 내 태생지이고 나머지 두 개는 지난 20년간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섬에서만 쓰는 특수한 단어들도 한몫을 한다. 바닷물의 들고나는 시기를 말하는 '조금', '사리'라든지, 바람의 종류인 '마파람', '하늬바람', '샛바람'들이 그것이다.
10년 전에 처음 마삭도를 방문했을 때 어떤 아저씨가 갓 잡아온 고기를 손질하고 계셨다. 나의 첫 인사는 '요새가 깔데기 철입니까'였다. 그 분께서 즉각 반응을 보인 것은 물론이다. 깔데기는 그 쪽 바다에서만 조금 잡히는 농어 새끼 어종이다.
마삭도 이야기를 하면서 정광섭 목사님을 빼놓을 수 없다. 60세가 넘는 10여 세대의 주민이 전부인 마삭도에, 근처 흑일도에서 목회를 하면서 선교선 '방주11호'를 운항하던 정 목사님이 이 섬을 다니면서 전도한 성과는 '온 동네 사람들' 모두가 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섬복음화율 5%'란 통계를 보거나, 섬사람의 '배타적' 성격을 감안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마디로 정 목사님의 '희생의 댓가'요 '성령의 역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여건이 된다면 나는 후에 이 부분을 자세하게 말하려고 한다.
7년 전 어느 겨울밤, 육지에 나간 몇 명의 식구 외에는 모두 이장님 집에 모였다. 보통 다른 섬에서는 일몰 전에 섬을 떠나야 하나 이 섬에서는 자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일 주일 후에 또 볼 텐데 그 사이를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흑일도에서부터 준비한 밥상을 그들에게 정성껏 대접하는 최경숙 사모님, 험한 바닷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면서 정 목사님의 손목을 놓지 못하는 섬사람들, 마삭도 방식의 성탄절이 무르익고 있었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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