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완도군 보길면 보길도 동경 126° 37″/ 북위 34° 06″ 방위 완도항 남서쪽 11.5마일
	시험 보는 당일 아침에 미역국을 먹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이 시험에 불합격하거나 사직 당했을 때에 흔히 쓰일 만큼 먹으면 '미끄러지는' 음식으로 우리는 여기고 있다. 그래서 등산 갈 때에는 산에서 미끄러질까 봐 미역국을 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미끄러운 점액성에 사실은 붙는 접착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미역을 잘 들여다보면 그 표면, 특히 쭈굴쭈굴한 귀가 미끌미끌하다. 미역의 귀 부분에 생긴 포자가 퍼져나가면서 바위에 붙을 때 잘 붙어서 싹을 내라고 끈끈한 점액이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모양새나 촉감에 뜻을 부여하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시험 치러 갈 때에 잔뜩 먹어야 할 음식이 아닐까? 청정해역 완도 보길도 주변의 겨울 바다는 온통 하얀 색이다. 김, 미역, 다시마, 톳 양식장의 시설물을 유지하고 표시하는 하얀 스티로폼이 수없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달빛 아래서 보는 메밀밭이 마치 소금을 뿌린 것 같더라는 이효석님의 표현처럼 보길도 바다가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5년 전쯤, 나는 보길도 끝자락 마을이며 콩돌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예송리와 바로 앞섬 예작도(무교회 섬)를 가면서 이만저만한 고생을 한 게 아니었다. 선교선 '방주11호'를 타고서 양식장 사이로 난 통행로를 찾는다는 것은 미로게임과 다르지 않았다. 일정 간격으로 띄워놓은 부유물만 보고서 양식장 밭인지, 아니면 길인지 구별해 내기란 외지사람들은 사실 불가능해 보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배가 다니는 길은 약간 간격을 넓게 잡아준다. 이곳이 그렇지 않다는 말은, 이 바다가 워낙 기름지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 후 십여 년이 지나 다시 찾은 예송리 자갈밭은 예전과 같이 검정색 윤기가 그대로 스며 있었고, 새벽부터 열심히 일하는 섬사람들의 모습은 삶에서나 신앙에 있어서 처음과 끝이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모범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4분 35초 ■ 촬영지 : 보길도(전남 완도군 보길면, 2005년) ■ 배경음악      • 곡명 : 인류의 기쁨이 되시는 예수(Jesus, Joy of Man's Desiring)      • 노래 : 조쉬 그로반(Josh Groban)      • 음반 : Josh Groban(워너뮤직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