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328)ㅣ방주11호 정광섭 목사(흑일교회)
			오후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을 방송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소리만 들리지 정확한 내용은 알수가 없었습니다. 이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더니 내일부터 갯가를 열 테니 미역을 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주의 사항은 한집이 너무 많이 자리를 차지하지 말고 한 가정에서 30미터짜리 그물을 두 줄씩만 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을에 나가보았더니 큰 덩굴 짝지, 응어리, 간데몰골 등 여러 가지 이름들을 부르면서 서로 좋은 곳을 차지하려고 벌써부터 작업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공동 작업을 하였는데 언제부턴가 제각기 하더니 이제는 젊은 사람들과 일꾼들이 있는 집들은 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이 뜯어오고 나이 많은 늙은이들은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 눈치 보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섬마을에도 삭막해 지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인 저희 가정은 미역을 따지는 않습니다.
			서로 싸울 수도 없고 또 싸운들 이길 수도 없으니까 포기 하였는데 다른 근심이 생긴 것입니다. 왜냐 하면 서로 미역을 팔아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미역이 없어서 별 걱정을 안했는데 금년에는 바람이 많이 안 불어서 미역이 풍년입니다. 바다에서 하는 일은 물때에 맞추어 하는 일이지만 개인 작업인데도 불구하고 예배에 참석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미역에 매달려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동 작업을 하였으니 빠질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개인 일인데도 예배드리고 하라고 권면을 하여도 금년에만 어쩔 수없이 하고 내년부터는 잘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만 할 수밖에요. 저 열심을 주님의 일을 하는데 쏟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역을 팔아 달라고 하면서 불신자들은 교인들 것만 팔아 준다고 불평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미역 팔 곳을 연결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또 신자들은 예수도 안 믿는 것들 팔아 주지 말라고 합니다. 고춧가루와 미역처럼 이곳에서 생산했지만 판로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는 사정을 보면서 육지의 아는 교회 성도님들을 통해서 팔아주었더니 지금은 교회에다 부탁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있으니 난처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저들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고 부탁을 해온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생각 나실 때마다 많은 기도 부탁 드립니다.// - 정광섭(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