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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동화도 섬을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섬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먼저 날씨를 예측해야 하는데 섬(바다) 날씨는 정말 알 수가 없는 것이, 바람이 안 불면 안개가 많이 끼고, 날씨가 화창하면 바람이 불고, 이래서 못가고 저래서 못가고, 그래서 가야 할 날보다 갈 수 없는 날이 많습니다. 며칠째 섬을 가지 못하면 왠지 불안하고 주민들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는데, 다녀오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기쁠 수가 없습니다.
동화도는 많은 분들이 집을 팔고 육지로 이사를 갔고 문정심 할머님과 김지호씨 두 가정만 남았습니다. 동화도로 출발 하면서 시간을 보니 오늘은 물때가 좋아서 시간 여유가 있고 섬에서 많이 머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때에 쫒기지 않으려고 흑일도 선착장 정리를 잘 해 놓고 출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방주호가 돌아왔을 때 정박하기에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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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는 상하기 쉬운 생선이기 때문에 물에서 잡자마자 바로 삶아야 한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기에 일손 하나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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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아내는 이것저것 준비 하느라 정신없습니다. 김지호씨는 멸치잡이 하는 가정인데 주인 아주머니가 너무 바빠서 반찬 만들 시간조차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동화도에 갈 때 여러 가지 밑반찬과 간식거리를 만들어 가곤 합니다.
동화도 선창에 도착하자 김지호씨 부인이 반갑게 밧줄을 받아 주면서 하시는 말씀이 ‘어메 우째, 며칠 동안 안 오시기에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라’ 하면서 요즘 멸치가 너무 많이 잡혀서 정신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제 아내는 이 집에만 가면 멸치 말리는 작업을 거들어 줍니다. 볕에 널고, 크고 작은 것을 크기별로 선별하고, 마지막 박스에 담아주는 일까지 거들어 줍니다. 일이 어느 정도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준비한 간식과 음료수를 가방에서 꺼내 놓는 일은 저의 몫입니다.
‘오실 때마다 그냥 오시지 않고 무엇을 이렇게 가지고 오세요. 그렇게 돈 쓰실 때가 없으세요. 우리가 무엇이라고 늘 먹을 것을 가지고 오세요’ 라며 아주머니가 말합니다. 아내는 ‘우리는 부자거든요.’ 이렇게 시작한 대화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천지 만물을 만드신 분이 우리 아버지시고 우리는 그의 아들과 딸이니 이 세상 어느 부자인들 부럽겠어요.’ 아주머니는 어째 좀 이상하다는 투로 질문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맨 날 돈을 벌어도 왜 돈 돈 하지요. 저희도 하나님이 계시는 것은 알고 있어요. 기도 후에 아멘도 하구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서너 시간이 지납니다. 저들 속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언젠가는 싹이 나고 열매가 맺히리라 생각하면서 동화도 선착장을 뒤로 하고 흑일도로 돌아옵니다. 복음을 먼저 받은 자의 ‘빚진 자’의 심정을 이렇게 조금 갚아갑니다.//
- 정광섭(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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