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378)ㅣ방주11호 정광섭 목사(흑일도교회)
			교회 페인트칠은 우리 교회의 오랜 숙원사업입니다. 교회 재정이 없어 그것을 혼자 할 수 없는 걸 잘 알기에 기도만 하고 있지요. 그런데 육지 교회에 다니는 모 집사님이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지 필요한 것을 챙겨서 우리 교회로 오셨습니다. 며칠 간 그 분은 열심히 일을 하셨습니다. 교회 지붕은 말 할 것도 없이 벽과 담장까지 모두 마치고 나니 몰라 볼 정도로 말끔하게 보였습니다. 일을 모두 마친 집사님이 숭어잡이 가자고 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섬에 산지 30년이 되었지만 낚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디가 잘 잡히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낚시를 안한 이유는, 여기에 정신을 빼앗기면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섬 목회자들은 거의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심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
	양식장 먹이를 주기에 앞서 물을 가두리 밖으로 빼는 시간이 있는데 이때 바다에 있는 숭어떼들이 달려온다. 마치 개구리와 흡사하다.		불현 듯 숭어가 많이 있는 곳이 떠올랐습니다. 교회 앞에 광어양식장이 있습니다. 관리인이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양식장 밥을 줍니다. 그때 물을 배출시키는데 그 물을 따라 먹이 찌꺼기도 함께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바로 그것을 받아먹으려고 양식장 밖에서 숭어떼가 몰려오는 것입니다. 준비물은 별로 없고 투망 하나 가지고 갔습니다. 때가 되니 숭어떼가 멀리서부터 몰려오는데 마치 개구리 떼가 머리만 들고 달려오는 듯 합니다.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본 제 아내는 마치 물고기가 발레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적당한 기회에 집사님이 투망을 던졌습니다. 어른 팔둑만한 숭어가 잡혔습니다. 집사람이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는데 저러다 물 속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을 노인들게 몇 마리 드리고 또 몇 마리는 잘 손질하여 장대에 걸어 말리기로 했습니다. 장대에 매달아 놓은 광경을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역시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부러웠는데 집사님 덕분에 고기를 매달아 본다고 좋아합니다. 앞으로 사람낚는 어부로 충실하게 살아 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마침 올해가 가고 새해가 되는 그런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 정광섭(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