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460)ㅣ방주11호 최경숙 전도사(흑일교회)
배를 타고 흑일도로 돌아가서 배를 정박시키려고 하는데 조그만한 선착장에 여러 배들이 꽉 차있어 도무지 들어가지를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선착장 밖에 배를 묶어두고 내일 다른 배들이 빠지면 다시 정박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뒷목이 뻣뻣하면서 손발이 마비 증세가 왔습니다. 조금 있으니 이제는 아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마당까지는 겨우 나왔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후 바다로 나가는 교회 집사님 눈에 띄어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점점 더 증세가 심하여, 집사님 등에 업힌 채로 육지 해남읍에 있는 병원까지 갔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지 6일째 되는 날 밤, 마을 이장님 부인이 전화를 주었습니다. 빨리 섬으로 와야겠다고 했습니다. 섬에 돌풍이 불어 모든 배들이 난리가 났는데, 선착장 밖에 있는 교회 배는 더 심하게 부서졌다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빨리 와서 살피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병원에 사정하여 12시간 안에 다시 들어올 것을 약속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섬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갈두항에 도착하니 마침 파래 김 채취하는 배가 하역 중이었습니다. 마음은 급하지만 그 작업이 끝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에 올라 바다로 나오니 사람 의지할 하우스가 없는 배 위로 바닷물이 심하게 퍼부었습니다. 눈을 뜰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섬 근처에 접근하니 어렴프시 우리 선교선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직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동네 분들이 선교선 이곳저곳에 밧줄을 묶어두었습니다. 우리 배에 올라 살펴보니, 앞 유리창이 깨진 것 외에는 크게 상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엔진이 있는 기관방은 온전한 것을 보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제는 배를 정박장에 넣어야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할 처지였습니다. 긴장한 마음이 풀려서 그렇겠지만 병원 입원 중에 온 터라 몸은 물론 모든 팔다리가 떨려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한 청년에게 줄을 잡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배에 간신히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아무런 문제없이 시동이 된 걸 보고 또 눈물이 나왔습니다. 배 한 척 관리하기가 이렇게 힘이 듭니다. 선착장 안에 배를 대지 못한 제 잘못이 큽니다.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성령님께서 힘을 주셔서 일을 마칠 수 있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때의 일을 적습니다.// - 최경숙(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