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453)ㅣ방주12호 김치관 목사(새섬교회)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집사람과 함께 송도를 방문하였습니다. 송도는 일곱 가구가 있는데 현재 사람이 거주하는 가구는 세 가구입니다. 다른 네 가구는 어쩌다 한 번씩 다녀가는 정도입니다. 마침 세 집 모두 사람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강철희씨 부부를 만났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분이라서 반갑웠고, 외로운 섬에서 사는 생활이라 사람 만나는 것이 그렇게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식구들은 없이 부부만 사는 집들이라 왠지 썰렁하였습니다. 마침 선교회에서 전해 온 전도용 과자를 드리니 어른들이지만 좋아하시면서 간식으로 요긴하게 먹겠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외로움으로 사람 발자국 소리가 그리웠던지 한 번 말문을 열면 끝날 줄을 모른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 섬사람들이다.		다음에 신정수씨 댁을 방문하였습니다. 거실로 안내를 하여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꺼냈습니다. 이 가정은 사정을 들어보면 참으로 딱한 처지에 놓인 분들입니다. 신정수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6개월간 치료를 받고 사지마비는 치료가 되었는데 시신경의 손상으로 눈 시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물체를 바로 볼 수 없어서 걸을 때 높낮이와 원근을 분별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부인은 당료 합병증으로 온 몸이 퉁퉁 부어오른 상태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 아들 동철이는 건장한 청년이었는데 회사 다니다가 차 사고로 팔을 부러뜨려서 오래도록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치료가 되지 않아서 장애로 남아 한쪽 팔을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세 식구가 모두 환자가 되어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가두리 양식을 하면서 단란하게 살아가던 가정에 한꺼번에 온 식구가 참담한 현실을 맞게 되니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어장도 정리하고 배도 팔고 해서 당분간은 그럭저럭 생활은 하겠지만 앞으로의 삶은 안개 낀 바다를 항해하는 것같이 암울하기만 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말할 상대가 없어서일까요? 신정수씨가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듣기만 하였습니다. 한참 듣다가 보니 꽤 시간이 흘렀고 시계를 보고 일어날 기미를 보이니까 그때서야 자기 말을 그쳤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잠간의 시간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으세요. 그래야 삽니다.” 또 한참동안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중지 시키고 어깨를 붙들고 간절한 기도를 하였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엄청 좋아하면서 아들 동철이를 새섬교회에 보내겠다고 하였습니다. 과자 봉지를 전해드렸더니 아주머니께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밭에 나가서 호박을 두 개 따다 주셨습니다. 시골 인심이 이렇습니다. 또 오겠다고 인사하고 박복렬씨 댁으로 갔습니다. 하나님께서 신정수씨를 비롯한 송도의 세 가정에 복음의 열매가 맺혀지기를 기도하며 또 여러분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김치관(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