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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림도 새섬교회에 온지도 8개월을 넘기고 있습니다. 섬 목회가 처음이기도 하지만 그간 섬에서 생활하며 지내는 날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성도님과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여겨주시고 도와주시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교회에서는 낡은 선교선 방주12호를 새로운 배로 교체하여 운항하도록 했습니다. 올 내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원활한 활동을 못하고 있어서 참 아쉽습니다.
며칠 전부터 우리교회 유일한 남자 집사인 박집사님께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 분은 섬 앞 바다에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하고 거기에서 우럭 생선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제 우럭이 많이 컸기 때문에 출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투자만 하고 기다렸으니 인내심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출어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우럭 생선을 선별 작업하는 일이었습니다.
요즘 어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대부분 70~80세이신 고령 인구가 많고, 또 그분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가두리 양식장을 돌보기도 힘겨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작업할 만한 일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제가 하면 어떻습니까?’, 이런 일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지만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제 말을 들은 박집사님은 한사코 손사래를 젓습니다. 아무리 일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도 목사를 험한 바다에서 일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한 번 말을 꺼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우기니, ‘새벽 5시 반에 출발합니다’ 하면서 박집사님은 마지못해 승낙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새벽 일찍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타고 우럭을 키우는 가두리 양식장으로 갔습니다. 가두리 양식장 구조는 얼른 보면 간단합니다. 굵은 통나무를 네모지게 짜고, 그 밑으로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기릅니다. 통나무 널빤지 길은 사람이 일자걸음으로 건너다닐 수 있을 정도만큼만 넓혀놨습니다. 밖으로 드러난 구조물이라고 해봐야 이런 널빤지가 전부이니 양식장이 별 것 없게 보입니다. 하지만 물속을 들여 다 보면 상황은 다릅니다. 유영하는 물고기와 촘촘히 얽혀있는 그물 등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 바다에 묻혀있습니다.
널빤지를 밟고 작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파도도 출렁이고 바닥은 미끄러웠습니다. 잘못하면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물 깊이는 무려 19m입니다. 일차적인 일은 이 그물을 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그물은 바다 속에서 물을 먹고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을 것입니다. 또 해초 같은 것들도 기생하였습니다.
그물을 끌어올린 다음에는 물고기를 모으고 또 뜰채라는 기구를 가지고 크기별로 선별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그물을 합치고 분리하는 몇 번의 작업을 거칩니다. 작업 중에 만의 하나라도 그물을 놓치면 수천 마리 물고기가 순식간에 그물을 빠져나가 수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작업하는 동안에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어떻게 보면 기계의 힘은 없고 오직 열 손가락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3일 동안 반복되는 작업을 하고나니 손가락 관절이 부어서 주먹을 펴고 쥐기도 힘들었습니다.
3일 동안 선별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온 몸은 쑤시고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가두리 양식장 작업은 정말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어부의 삶이 극한 직업인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평생 동안 이 작업을 해온 집사님을 보니 집사님이 다시 보였습니다.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섬교회에 와서 성도들이 있는 삶의 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고 나서야 섬목회자가 된 것이 실감났습니다. 그리고 성도들의 고단한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섬의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버리고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만 계십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히 느낍니다. 여러분 몸 건강하시고 편히 지내십시오.
- 김영종(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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