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464)ㅣ방주12호 김영종 목사(새섬교회)
	인구 네 집이 사는 송도는 작은 섬이다. 그중 박태겸씨 부부는 대나무 숲으로 가려진 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집만 외진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도 닫힌 생활을 하고 있다.		부르렁, 방주호 스위치를 올리자 150마력의 선외기 엔진이 힘찬 굉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방주호는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잔잔한 은빛 바다를 미끄러지듯 달려 금방 송도섬에 도착하였습니다. 비록 짧은 거리에 있는 이웃 섬 송도지만 방주호를 의지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무교회 섬이기에 방주호는 목회자의 손과 발이 됩니다. 오늘도 성도들의 기도와 물질의 후원으로 동력을 얻은 방주호는 복음을 싣고 바다 위를 달립니다. 송도 박태겸씨의 계류장에 가까이 접근하여 방주호의 속도를 줄이고 접안 준비를 하였습니다. 방주호 운전 1년 반의 경험에도 접안할 때는 여전히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계류중에 다른 배가 지나가게 되면 이로 인해서 일어나는 너울성 파도로 선체가 가벼운 방주호는 중심을 잃고 인정사정없이 좌우로 흔들리며 춤을 춥니다. 그래서 때로는 중심을 잃은 방주호는 파도에 요동치다가 나무로 만든 계류장 모서리나 돌출된 나무판에 부딪치면 방주호가 상할 수가 있어 항상 계류중에는 조심스럽고 긴장됩니다. 배를 서서히 계류장에 접근시켜 줄을 건네고 묶습니다. 이제 계류줄 묶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습니다. 송도는 네 집이 사는 작은 섬입니다. 예전에는 10여 세대 가까이 살았지만 이제는 모두다 도시로 떠나고 또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매년 가호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빈집들은 도시 사람들이 매입하여 대부분 방치되어 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곧 바로 가파른 경사 길이 나타납니다. 저와 제 아내가 숨을 헉헉거리면서 경사 길을 조금 오르면, 또 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마을을 벗어나 숲이 우거진 외진 길입니다. 섬 언덕을 오르는 이 외진 길은 여기저기 풀들이 질서 없이 솟아나고, 사람의 흔적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길입니다. 이 외진 길은 지난 태풍과 장마가 핥고 간 흔적만이 곳곳에 나타나 있습니다. 사람이 다녀간 길인지 산짐승이 다니는 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인적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 숨을 헐떡이면서 올라가면 집 한 채가 나타납니다. 도시인의 눈으로 보면 작은 외딴 섬 언덕에 전면이 대나무로 둘러싸인 별장처럼 아늑한 집입니다. 그야말로 낭만이 느껴지는 집을 연상케 합니다. 집 앞에 다가가서 현관문을 두드리자 박태겸씨의 아내 전난이씨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박태겸씨는 60평생이 넘도록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 왔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낚싯배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땅한 수입원이 없이 약간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태겸씨 아내 전난이씨는 말을 하지 못하는 2급 장애인입니다. 어릴 때 혀 안쪽에 종기가 나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말을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송도로 시집와서 평생 살고 있습니다. 비록 말을 하지 못하지만 집을 방문하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말을 하지 못하여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송도 섬 언덕 외딴 집에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를 반기는 그 모습 속에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의 마음을 자석처럼 끌어당깁니다. 제 아내는 전난이씨를 방문할 때 마다 두 살 아래인 그녀를 꼭 안아 줍니다. 부모님이 어린나이에 돌아가시고 힘든 인생을 살아온 아내는 전난이씨가 느끼는 외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녀에게 진심을 다해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박태겸씨는 ‘지금이라도 목 수술을 하면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말끝을 흐립니다. 그러나 가난한 섬사람이 감당하기에 재정적으로 엄두도 못 낼 일이기에 처음부터 포기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전난이씨를 모시고 전문의에게 달려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에 밀러옵니다. 전난이씨는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 요즘은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앓으면서 온 몸의 통증과 아픔을 그저 마음으로 삭히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에 그저 가슴앓이만 하면서 그녀를 붙잡고 성령님의 도움을 의지하며 간절히 기도만 합니다. 말을 할 수 없기에 남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잘 사귀지도 못하기에 믿음생활을 결단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난이씨의 손을 꼭 붙잡고 저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주님 평생을 섬에서 외롭게 살아온 전난이씨를 불쌍히 여기시고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하여 고통을 없애 주소서.” 기도 외에는 다른 유가 없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주님께 기도를 드려봅니다. 우리는 박태겸씨 부부와 함께 차 한잔을 나누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쏟아 냈습니다. 오늘 박태겸씨 가정을 방문하면서 현관 입구를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박태겸씨 집에 진입하는 현관 입구가 80cm정도 밖에 안 되는 좁은 길입니다. 그리고 그 좁은 길은 사람 키 높이의 옹벽으로 되어 있어 밤에 밖을 나올 때나 혹시 잘못하여 실수라도 하면 언덕으로 떨어질 위험성이 있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것 만 같이 보였습니다. 현관 진입로를 확장하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아 현관공사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입니다. 섬은 차량진입 도로가 부족하여 자재공급이 제일 힘듭니다. 그래서 공사를 하면 육지보다 재정도 훨씬 많이 듭니다. 현관입구 진입로를 확장하여 위험요소들을 없애고 여러 가지 활용도 할 수 있도록 테라스를 만들어 확장공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자재만 구입하면 제가 직접 공사를 하면 됩니다. 그래서 박태겸씨와 여러 가지 의논을 하여 테라스 공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재비 부담은 박태겸씨가 하기로 하고 저는 공사를 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주님, 자재비까지도 주님이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며 주님께서 모든 것을 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은사를 주셔서 용접과 다양한 재능들을 주셨습니다. 각관파이프를 세워서 용접을 하고 방부목으로 마감을 하면 운치 있는 테라스가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나와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도 훨씬 운치가 있어 보일 것 같습니다. 박태겸씨 부부가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박태겸씨 부부가 비록 섬에 교회가 없지만 방주호로 찾아가는 저희들과 소통하고 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셨듯이 교회도 저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도 송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박태겸씨 가정에 테라스를 설치하여 주고 저들이 행복해 할 것을 생각하니 제 마음에 행복감이 밀물처럼 몰려옵니다. 사랑의 초보자 되는 저는 오늘도 주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크기에, 저의 작은 섬김으로 섬마을 사람들의 아픔을 저의 가슴으로 나누어 봅니다.// - 김영종(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