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웃 학림도의 새섬교회에서 23년 동안 목회를 하다가 3년 전에 은퇴하였습니다. 그때 방주12호를 만나 19년간 무교회 섬순회 활동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섬에 있을 때는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은퇴하고 육지로 나와 별로 할 일 없이 시간만 허송세월하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답답한 날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섬교회 옆 섬교회인 연대도산성교회의 김명민 목사님이 말을 청하였습니다. 이 분은 섬에 있을 때부터 친형제처럼 지내던 분이셨습니다. 자신은 건강이 안 좋아 섬을 떠나려고 하는데 후임으로 저더러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노회와 시찰회에 후임자를 보내달라고 몇 차례 요청했지만 마땅한 사역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교회는 교인도 적고 사례비도 거의 없다시피 하여 자원하는 마음으로 가야 하는데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기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간은 은퇴 목사님이 자비량으로 목회를 감당해야했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듣고 난 저는 흔쾌히 연대도로 갈 것을 결심했습니다. 마침 노회 기간이라 이 안건을 처리했으며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그런가하면 3년 전, 제 후임으로 왔던 새섬교회 김영종 목사님이 퇴임을 하셨고 새로운 목회자가 오질 않자 한국섬선교회에서는 방주12호의 정박지를 연대도로 옮겨 제가 새로운 방주호 운항자가 되었습니다. 20여 년 전 방주12호를 처음 만났던 때보다 이번 만남이 더 설레었으며 극적인 감동이었습니다. 잃어버린 드라크마를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방주호 운항하는 것은 제 몸의 일부분처럼 문제될 것은 아니었지만 더 완전하게 하기 위하여 조정 면허증도 취득했습니다. 교육을 받고 준비기간이 오래 걸렸지만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부산산성교회에서 장로님 열 한 분이 섬에 오셨습니다. 또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였던 신기준 장로님이 오셨습니다. 미국에서 편히 노후를 보내기보다는 고국에서 섬과 노인들을 돌보든지, 다문화 자녀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던 분입니다.
섬 순회 전도 중에 신장로님이 동행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웃 무교회섬인 저도 순방길에 같이 나섰습니다. 이 섬의 집들은 예쁘게 잘 지어져 있는데 유령마을처럼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는데 정자 한쪽에 할머니 한 분이 계셔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몇 년 전만 하여도 제가 서울 길동교회 선교팀과 함께 이 섬에 와서 순회 전도할 때의 어르신들은 다 돌아가시고 이제 혼자 남았다고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몹시 쓸쓸해 보였습니다. 신장로님과 복음을 전하는 중에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습니다. 저도 분이라면 알아봤을 텐데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다니러 오셨다는 이 분은 서울에서 자식들 따라 교회 차가 태우러 오면 교회에 가신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이장님을 정자나무 그늘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저도 사람은 잘 알고 있는데 이 분은 처음 대하는 분이었습니다. 일찍이 저도에서 육지로 나갔다가 다시 저도로 온지 3년 되었고 마을에서 이장을 맡겨주어서 마을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장님에게 복음을 전했으나 자신은 무교주의자이고 아직은 예수 믿을 생각은 없다고 하십니다. 대화중에 교회에서 쓰는 용어를 많이 알고 있어서 어찌 그리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인척 중에 예수 믿는 이들이 여럿 있어서 아는 것은 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저의 인생 2막이 열렸습니다. 은퇴 후 무의미하게 보냈던 세월을 생각하면 지금의 시간은 보배와 같습니다. 비록 몸은 쇠하고 둔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저 푸른 바다 끝에 가 있습니다. 신실한 사역이 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 김치관(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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