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437)ㅣ방주13호 이광운 목사(낙월교회)
	십여 년 전까지 사람이 살면서 서해의 한적한 마을을 일구었던 각이도, 이후 일시에 사람들이 육지로 이주하면서 빈 섬이 되었다가 최근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섬 하나가 다시 태어난 셈이다.		각이도를 방문하겠다고 전부터 계획했지만 거듭 취소되어 가지 못 했으나 오늘은 이장님과 통화하여 방문하였습니다. 각이도는 이곳 정박지 낙월도 바로 뒤편에 있는 가까운 섬이지만, 바다 중간에 ‘풀등’이라고 부르는 모래 언덕이 있고,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면 배가 걸려버리는 사고가 일어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 김승제 장로님은 ‘바닷길이 허락해주셔야 갈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바다를 다스리시는 주님이 허락해 주실 것 같습니다. 김장로님과 제 아내가 동승한 방주13호는 고요한 바다를 가르며 미끄럼 타듯이 밀려나갔습니다. 전에는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자주 방문하지 못했던 섬이라 오늘 항해가 각별했습니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가보는 섬이라 설렘과 호기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작년 가을 방문 때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풀들만 무성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선착장에 도착하자 강아지가 마중을 나와 반가웠습니다. ‘사람이 이곳에 사는구나’ 하고서 말입니다. 서둘러 배에서 사탕과 사영리을 챙겨들고서 섬에 내렸습니다. 깔끔하게 여기저기 정돈된 모습에 사람 사는 분위기가 물씬 났으며 평화로움이 향기처럼 밀려왔습니다. 조금 걸어가자 이장님이 나와서 반겨 주셨습니다. 마을을 둘러보면서 각이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너무나 놀라와 어떻게 이렇게 변화되었느냐고 여쭈자, 지난날에 겪었던 고생과 사건들을 들려주셨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던 날에 집 지붕이 날아 가버린 일은 너무나 끔찍했다고 합니다. 경운기를 돌려 전력을 사용하는데 밥을 할 때면 모든 코드전원을 빼고 전기밥솥만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신기하게 들렸습니다. 뭍에 나갔다가 시장을 보게 되면 몇 달 먹을 양식을 구입하는 일이며, 기계 부품도 같은 것을 여분으로 몇 개 더 사는 일 등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때 이형래씨가 커피를 대접한다고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기도드리자고 하여 각이도와 이곳에 사시는 사람들과 복되고, 은혜로운 섬이 되어달라고 주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서 가지고 간 물건을 드렸습니다. 이장님과 이형래씨는 각이도에서 꿈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길을 단장하고, 집을 수리하고, 산을 정비하면서 섬에서 살고 싶은 이들을 초청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광주에서 세 가정이 입주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꿈이 있는 달동네를 만들겠다는 소원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어 보겠다는 저들의 소망에 우리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지는 시간을 아쉬워했습니다. ‘야호!’ 하면 함께 식사한다는 신호가 낙월도까지 들려오길 기대한다고 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각이도를 바라보면서, 평강의 주님이 함께 하시면서 일마다 때마다 필요를 공급해 주시며 도와주시길 기원하였습니다. 바닷길은 너무 고요하여 또 다른 섬까지 가려는 우리들의 소망을 붙들어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모두의 얼굴에 꽃들이 피었습니다.// - 이광운(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