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443)ㅣ방주6호 김홍윤 목사(마도교회)
	방주6호 정박지 마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섬, 죽방염과 작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았더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고향으로 내려가 후진양성에 힘쓰던 야은 길재라는 분이 고려의 옛 도읍지 개경을 둘러보며 느낀 망국의 한과 인간사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조인데 오늘 무교회 섬인 신섬을 방문하여 녹슬어 무너져 가는 옛 교회 건물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이 옛시조를 생각나게 합니다. 신섬은 제가 살고 있는 마도에서 남쪽으로 선교선 방주6호를 타고 달리면 5분 내에 도달하는 작은 섬마을입니다. 한 달에 몇 번씩 순회 전도차 들어가며 여섯 가정이 저를 기다립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마도교회가 설립되고 선교선 방주6호를 운항하여 신섬에 전도를 시작했는데 마침 전도를 받고 예수를 믿기로 작정한 분이 생겨서 여러 교회의 후원을 받아 마을 중앙에 터를 사고 강판 조립식 건물로 예배실과 사택을 아름답게 지었고 전도사를 파송하여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장애자 가족과 소경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전도사님이 열심히 목회했는데 어느 날 도시로 목회지를 옮기고 목회자는 공석이 되었습니다. 장애 성도 부부도 돌아가시고 소경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자녀들 집에 가시고 마을은 다시 교회가 없는 무교회 섬으로 바뀌어 선교선 방주6호는 다시 순회 전도로 이 섬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할머님 한 분이 예수 믿기로 작정을 하시고 시내 자녀들 집에 가셔서 생활하면서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마을은 점차 세대가 줄어들고 초등학교도 폐쇄되고 지금은 여섯 가정 9명이 살고 있습니다. 허물어져 가는 빈집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보다 더 많은 을씨년스런 마을입니다. 마을을 환히 밝혀야 될 교회는 십자가도 없어지고 주인이 몇 차례 바뀌고 지금은 어느 부자집 여름 별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조립식 강판은 녹이 슬고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랐고 동백나무는 관리를 하지 않아 가지들이 멋대로 자라서 폐허가 된 건물이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말라기 1장 10절에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마음에도 없는 제사를 드림으로 하나님의 서운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께서는 이 작은 신섬의 주민들을 위해 여러 교회들의 마음을 모아 교회를 짓고 선교를 시작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목회자가 안 오는 건지, 소수의 사람이 산다고 교회도 필요 없다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교회가 없는 곳에 전도의 결실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있는 교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내버려 두는 것은 분명히 주님의 뜻이 아닐 것입니다. 전도자가 마을에 있으면 틀림없이 몇 분은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을 텐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험한 산도 나는 괜찮소. 바다 끝이라도 나는 괜찮소. 죽어가는 저들을 위해 나를 버리기 바라오. 아버지 나를 보내주오. 나는 달려가겠소. 목숨도 아끼지 않겠소. 나를 보내주오. 이런 사람 없습니까?//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