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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하는 일 모두가 쉬운 것은 없지만 단지를 이용하여 문어를 잡는 어장은 순간의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단지를 내릴 때는 배를 전속력으로 전진하며 바다에 던지는데 이때 옷이 끼거나 손 발이 걸려 단지와 함께 바다로 몸이 던져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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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나뭇잎 같은 작은 배를 띄우고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에게 바다는 항상 두려운 존재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 되었지만 어부들은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배가 출항할 때면 굿쟁이 무당을 불러 요란스럽게 굿을 하였나 봅니다.
이제는 전자기기의 발달로 안개가 자욱한 날에도 위치뿐만 아니라 바닷 속 어떤 장애물도 다 알 수 있어 안전하게 운항을 합니다. 소형 어선에는 위치추적기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전자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순간의 방심은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한 작업이 어업 현장입니다.
제가 사는 마도와 순회 전도하는 섬 대부분이 속해 있는 삼천포 연안은 남쪽으로 남해도 큰 섬이 방파제 역할을 하여 큰 파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 때 조류가 워낙 심하여 작은 어선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그래도 해난사고가 없는 곳인데 최근에는 연이어 인명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문어잡이는 전어잡이와 함께 이곳의 대표적인 어장입니다. 문어잡이를 하려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단지를 로프 줄 4-5미터 간격으로 묶은 어구를 배에 실습니다. 이것을 10줄 혹은 20줄을 뻗치며 3-4km 길이로 늘어놓습니다. 배가 빠르게 전진하며 단지가 바다로 떨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거둘 때는 기계장치로 천천히 올리며 단지 속에 있는 문어를 꺼냅니다.
문제는 단지를 놓을 때입니다. 단지를 묶은 로프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데 그 속에 발이나 손, 옷가지들이 걸리면 가차 없이 빨려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어선은 부부가 함께 승선하여 작업합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한남호는 선주의 아내가 몸이 약해 남자 혼자 일을 하였습니다. 그날도 새벽부터 바다에 나가 문어잡이를 하여 육지 영업 물차에 실어 보냈습니다. 아침 식사도 거르며 또 바다로 나가 일을 하는데 실수로 발이 로프에 걸려 순식간에 물에 빠져 버렸습니다.
주인도 없는 배는 엔진이 꺼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내달렸겠지요. 마침 옆에서 사고를 목격한 배가 쫒아 갔지만 사고 배는 선주를 매달고 계속 달리는 것입니다. 선주는 로프에 끌려가면서도 배로 올라오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힘을 잃고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배가 합세하여 겨우 배를 멈추게 했습니다. 잠수부를 대동한 해경이 와서 시신을 찾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어잡이 어선이 사고가 났는데 이번에는 부인이었습니다. 시신을 찾고 보니, 작업복으로 입고 있던 갑바(비옷)가 반쯤 벗겨져 있고 한쪽 발목이 절단되어 있었답니다. 여인이 바다 속에서 살아나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잊어질 만할 때 또 사고가 났습니다. 이번 사고는 우리 마도 섬 맞은편 육지 실안마을에서 문어 통발 작업을 하는 성령호입니다. 아내가 천주교회에 다닌다고 배 이름을 성령호라고 지었다고 하면서 목사인 저에게 선장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십니다. 이 분이 아내와 함께 문어잡이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발이 로프에 걸려 바다로 끌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순간 아내가 침착하게 배를 멈추고 칼로 로프 줄을 끊고 위치추적기에 있는 비상 스윗치를 눌러 해경에 알렸습니다. 마침 문어 낚시를 하던 우리 교회 집사 선장이 쫓아가서 아저씨를 건져 올렸습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에 해경이 왔습니다. 다행히 호흡이 아주 여리게라도 남아있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실안 부두에서 일하고 계시는 그 분을 봤습니다. 아저씨가 회복되어 아내와 함께 물속에 있는 문어 단지들을 건지러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한참을 껴안고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하다가 사고가 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문어잡이 사고가 연이어 터지니 문어잡이 하는 분들이 두렵다고 하며 어장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슴 속에 주님의 평안과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4:14)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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