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작고 둥글게 생겨서 둥근섬이라고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마치 그 섬을 깔보는 듯한 기분으로 뚱섬이라고 부른답니다. 마도와 신섬 사이에 큰 전봇대 하나와 소나무 숲을 모자처럼 푹 눌러 쓰고서 붉게 물들은 석양은 퍽 아름답습니다. 어둠과 바람과 거센 물결에도 꿈쩍 않고 버티며 아침이 되면 씩씩거리며 서 있는 꼬맹이 섬이랍니다.
양쪽에 죽방렴 두 개씩을 비행기 날개처럼 펼친 모습과, 요란스러운 굉음을 내면서 멸치 같은 어류들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익룡과 같은 모습을 한 작은 섬이랍니다. 이 섬에 죽방렴 어장으로 멸치잡이를 하며 생활을 하는 60대 부부 한 가정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전도차 들어가서 주인을 만났을 때는 이분의 부모님이었습니다.
삼천포 시내에 살림을 하면서 멸치잡이 때만 식수를 큰 통에 가득 싣고 들어와서 움막같이 허접한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작은 선교선 방주6호가 가까스로 부두에 정박하고 전도 가방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가 멍멍거리며 심하게 경계신호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마도교회 김홍윤 목사입니다.”
햇볕에 멸치를 말리며 고르기 작업을 하고 계시던 예쁘장한 아주머니께서 아픈 다리를 일으키시며 반갑게 맞아주시고 부엌에 가셔서 뜨거운 커피를 한 잔을 내오시던 성품이 따뜻한 아주머님이셨습니다.
외딴 섬에서 어떻게 생활하십니까 하는 저의 인사말에 웃으시며 남편 사업이 이곳에 있으니 할 수 없지요, 하시며 여러 가지 생활의 어려움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저희는 오래전부터 천주교회에 나갑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하셨습니다.
그래도 신섬에 전도하러 가는 도중에 둥근섬 부두에 배가 묶어져 있고 물때가 맞으면 들어가서 만나고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루는 아저씨의 건강이 나빠져서 이 생활을 끝내야 한다고 하더니만 어느 날 주인이 바꾸어 졌습니다.
그분의 아드님이 사업을 이어받아 아버지 때처럼 아이들은 시내에 두고 부부만 들어와 죽방렴을 사업으로 경영하면서 삽니다.
죽방렴 어장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옛날 조상들의 지혜로 고기잡이를 하는 어장으로 수심이 얕고 조류가 심한 삼천포 앞바다에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도, 신도 저도에 수도공사를 하면서 둥근 섬에도 수도를 연결하여 지금은 식수 걱정이 없는 섬이 되었습니다. 움막집을 철거하고 2층 집으로 아름답게 지었습니다. 지붕에는 스카이 안테나도 있고, 핸드폰으로 인터넷도 하며 현대문화를 다 누리며 사는 아름다운 둥근 섬으로 변했습니다. 또 밀물과 썰물 때가 되면 조류가 워낙 빨라서 배를 부두에 정박하기가 힘들었는데 시청에서 배를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조그마한 부교를 만들어 설치 해 주셔서 배도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습니다.
아저씨는 아버지를 닮아 부지런하시고 성격이 좀 무뚝뚝하여도 아주머니는 시어머님을 닮아 예쁘고 친절합니다. 주인이 바뀌면서 섬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변해져야 할 주인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섬처럼 움직이지 않으니 저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금도 신섬으로 전도하러 가다가 배가 부두에 묶어져 있으면 들어가서 전도를 하지만 부두에 배가 없으면 그냥 지나쳐버립니다.
교회가 없는 작은 섬마을을 순회하며 전도하는 사역은 마치 고구마 전도법과 같습니다. 고구마가 익었는가 확인 차 젓가락으로 찔러보듯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찾아가고 또 찾아가서 복음을 전합니다. 언제 고구마가 다 익어 젓가락이 푹 들어가고 맛있는 삶은 고구마가 될는지요.
“(막16:15) 너희는 가서 온 천하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고 하셨으니 그져 만나고 전할 뿐이지요.//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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