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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과 같은 무더위가 또 있었을까요? 온도계는 매일 33도, 34도를 오르내리고, 폭염 주의보와 경보가 계속 발령되었습니다. 한증막 같은 이런 여름에 중·고등학생 18명이 작은 섬마을, 저희 교회에 왔습니다. 평소에는 적막강산처럼 고요하기만 한 작은 섬마을이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하며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섬 산등성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은 장마와 폭염 속에 잡초가 무성하고 칡넝쿨이 점령하여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좁은 골목길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까닭에 잡초들의 세상으로 보기에 흉하였습니다. 그런 곳을 학생들이 아침과 저녁에 호미로 풀을 뽑아내고 큰 빗자루로 깨끗하게 쓸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고단한 일임에도 그들은 참새처럼 재잘거리고 웃습니다. 그러니 마을이 밝아지고 젊어질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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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이 없고 노인들만 사는 작은 섬마을 마도에 웃음꽃이 피었다. 천진스러운 미소에 노인들도 마냥 즐겁다.
▼ 과자와 사탕을 즐기는 노인들의 특별선물은 물론이고 연극도 곁들인 즐거운 잔치날은 더없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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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하고는 수박과 과자, 사탕, 그리고 특별 선물을 준비하여 마을 할머니 다섯 명이 모여계시는 노인정에 갔습니다. 섬에 오기 전에 미리 연습했던 연극과 코미디와 노래와 윷놀이 게임으로 할머니들의 정신을 쏙 빼버렸습니다. 하루가 아닌 이틀간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또 밤이 새도록 바다에 나가서 고기잡이를 하고 이른 아침에 수협 어판장에 고기를 팔고 마을로 돌어오는 어부들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선창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배가 도착하면 달려가서 인사를 합니다. 어부들의 짐들을 서로 나누어 들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의 주특기인 깔깔거리는 웃음과 함께 복음을 전하며 준비한 선물꾸러기를 줍니다. 마을길은 어느새 허리 구부정한 노인의 옛길에서 청소년의 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마도는 섬이라 해도 모래밭이 없고 물 조류가 빨라서 수영을 할 수 없는데 학생들이 섬에 오면서 구명조끼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마을 큰 방파제 안에 배들을 묶어놓은 잔교와 작은 부두 사이에 생긴 물놀이 공간이었습니다. 협소한 넓이이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도 좋다고 풍덩풍덩 물놀이를 합니다. 할머니들이 경로당 창문 밖으로 몇 년 만에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옛날 자녀들이 물놀이 하던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며 즐거워들 하셨습니다. 학생들은 정말 천방지축 순진합니다. 햇살처럼 밝고 깨끗합니다. 그들을 쳐다만 봐도 즐겁고, 교회에서 찬양하고 율동하는 모습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아침 여객선에 몸을 실고 떠나려고 합니다. 육지에서 이별은 간단합니다. 버스타고 손 한번 흔들면 끝납니다. 그러나 항구의 이별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섬에 남겨진 저와 아내, 그리고 섬을 떠나는 학생들이 배 떠나기를 기다리는 부두의 표정은 사뭇 지금까지와는 다릅니다. 누구도 얼른 입을 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탄 배가 마을 강구를 빙 둘러서 방향을 바꾸어 멀리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분이나 10분 정도 될까요? 서로 손을 흔들고 시야가 멀어지면 누구는 머리 위로 수건을 치켜 돌립니다. 배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면 저도 돌아섭니다. 그러면서 현실을 봅니다. 아, 나는 섬사람이지!
2박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로 인해 시끌벅적 요란스러웠고 행복했습니다. 섬 마을 전도 봉사대라기보다 외딴섬에 목회하는 우리 부부에게 큰 위로와 기쁨을 불어넣어준 고마운 천사들이었습니다. 사랑스런 우리 학생들, 이 작은 섬마을 사람들과 섬 교회에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고, 후에 또 오렴. 하나님께서도 아름다웠다고 칭찬하시며 너희들에게 복 내려 주실 거야!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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