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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75세에 일가친척과 함께 살던 고향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길을 떠나듯이 30대 중반에 아내와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물설고 낯 설은 섬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목사의 길을 싫어했던 저의 고집을 깨트리시고 이 길을 가게 하셨습니다. 주님은 사량도라는 섬마을에 조그마한 예배당과 사택을 지어놓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36년의 세월이 지나 은퇴 나이 2년을 넘겼으나 선교선 배를 운행하며 6곳의 교회가 없는 섬마을을 순회하며 전도하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후임자가 올 때 까지 계속 목회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은퇴하신 목사님 두 분이 시내 아파트를 구입하여 생활하시는데 몹시 쓸쓸해 보이시고 병원 출입도 잦으시고 생활비 염려로 사모님의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아무런 대책도 할 수 없는 저 같은 작은 섬 교회 목회자는 은퇴하면 완전 눈앞이 캄캄하지요 그런 의미로 은퇴 나이가 지났는데도 목회를 연장하여 할 수 있게 해 주셨으니 이것이 주님께서 내려주신 상급이지요.
섬 목회는 십자가 두 개를 짊어지는 생활입니다. 첫째는 자녀들의 양육과 진로 문제이며. 둘째는 도시에서 목회하는 친구들을 잊고 고독해야 합니다. 도시 친구 동역자가 많으면 여러 가지로 도움도 많겠으나 오히려 여러 유혹으로 파선하는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길은 고독과 싸우는 생활이지만 섬 목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습니다. 목회자는 그래도 마을을 섬기고 봉사하며 전도하며 생활하니까 그런대로 괜찮지만 사모는 사정이 다릅니다. 남편과 가족들 말고는 말할 상대가 없습니다. 침묵의 세월이 길어지면 여러 가지 병으로 나타나게 되고 섬 목회를 접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행히 제 아내는 경상도 말로 ‘꺼다놓은’ 보리자루 같아서 활동성 보다 묵묵히 기도하는 성품이다 보니 병원 신세 없이 딸아이 셋을 낳고 키우고 시집보내고 지금까지 건강합니다.
섬 목회 현장에서 주님을 경험한 일 한 두 가지를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위암으로 고생하며 얼굴이 몹시 야윈 여 성도님이 수요일 저녁 예배 시간에 뒤 늦게 새까만 머리를 감고 말리지도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귀신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치고 아멘 하는 동시에 악- 하며 그 성도님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머리를 푹 숙이며 아우성을 칩니다.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몇 안 되는 성도님들을 기도하게 하고 제가 그 성도님의 뒤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기도하는데 갑자기 성도님이 깔깔 웃습니다. 놀라서 기도를 마치고 얼굴을 쳐다보니 성도님이 활짝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멘 하고 하품을 하는데 턱이 빠졌는데 기도하는 중에 턱이 제자리로 들어갔답니다. 한바탕 웃었지만 그 일이 있은 후에 위암이 고쳐졌습니다. 음식도 잘 먹고 소화도 잘 되고 얼굴과 몸에 살이 오르고 지금까지 교회 생활을 잘 하십니다.
하루는 마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목사님을 청하여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저를 청합니다. 밤중에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를 하얀 천으로 덮어놓으셨습니다. 가슴에다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해 드리고 왔는데 주일날 손자가 리어카에 할아버지를 담아 실고 할머님과 함께 교회에 왔습니다. 몇 년을 교회에 잘 다니시며 세례도 받으시고 지내시다가 주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한 해는 큰 딸아이가 제 앞에 대학교 입학금 통지서를 보이면서 돈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생활이 어떻게 꾸려 가는지 모르고 오직 주님께서 맡아주신다고만 믿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목돈이 어디 있겠느냐 주님께서 허락하는 대로 살았는데... 아이가 서운했는지 아빠는 대책도 없이 사느냐며 원망을 합니다. 아내에게 돈 문제를 말해봤습니다. 아내 역시 주님만 믿고 대책 없이 살았습니다. 둘째도 내년에 고등학교에 가고 막내도 곧 중학교에 가는데... 하면서 계속 원망을 합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제가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주님이 원망스러워졌습니다. 예배실과 사택도 강판 조립식 건물이라 습한 바다 바람에 녹슬고 삭아 구멍이 나서 지네와 쥐가 판을 치고 비가 오면 저수지가 되어도 재건축을 할 능력이 없어 서러웠는데 경제적인 문제까지 겹쳐지니 너무나도 초라하고 서러웠습니다. 눈물이 샘물 솟듯이 나옵니다. 기도원을 찾아다니며 통곡하기를 얼마나 했을까요. 서러운 생각은 감사와 찬양으로 바뀌고 눈물이 멈추어지고 목회에 전념했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졸업을 하고 둘째도 셋째도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회사로 교사로 대학병원으로 당당하게 사회의 일꾼으로 나갔습니다. 또한 교회도 사택과 함께 붉은 벽돌로 아름답게 지어졌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은혜의 큰 바다 속에서 사는 것이 섬 목회자의 생활이었습니다.
이제 저의 기도제목은 마도교회가 이곳 작은 섬에 사시는 주민들을 껴안고 구원의 방주사명을 다 하며 몇 안 되는 성도님들과 함께 행복하게 목회하며 부흥을 기대하며 주님나라를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주님께 고백하고 찬양합니다.
“내 삶에 당연한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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