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289)ㅣ방주2호 유선우 전도사(육도교회)
		베드로는 그물질을 하다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섬에 살게 되면서 베드로와 예수님의 만남이 참 웃길만한 상황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베드로는 한 마디로 말해서 능숙한 어부였을 것이고, 예수님은 능숙한 목수이지 그물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삼길호 할아버지 댁 식구들은 매우 부지런하십니다. 요즘은 선착장에서 어장(?)에 쓰일 그물을 손질하고 계십니다. 그물을 펼쳐서 끊어진 곳을 새 줄로 엮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그물 손질을 하고 계신 삼길호 할아버지께 제가 다가가서 뜬금없이 “할아버지 그물손질은 그렇게 하시면 안 되고 이렇게 하셔야 해요.”라고 말을 한다면, 할아버지께서 과연 저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요? 그런 상황을 생각하니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삼길호 할아버지가 베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 섬에 왓을 때 수줍은 많은 큰애 희연이도 이젠 제법 인사를 잘 한다. 둘째 승연이도 누나에게 질세라 마을 어른들을 만나면 항상 함박웃음을 짓는다. 적적한 마을에 두 아이의 웃음소리는 그들만의 것이 아닌 마을 모두의 행복으로 변하고 있다.	섬 주민들을 섬겨야겠다고 큰마음을 품고 육도에 들어왔지만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마을 어른들과 성도님들이 저희 가족을 섬기고 계신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많이 듭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왔으니 마을 어른들에게 도움을 주면 얼마나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마을 어른들을 웃게 하는 건 제가 아니라 바로 저의 두 아이들입니다. 적적한 마을에 두 아이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마을 어른들을 웃음 짓게 합니다. 어른들을 뵈면 수줍어하던 첫째 딸 희연이도 이젠 제법 인사도 곧 잘합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둘째 아들 승연이를 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승연이는 마을 어른들께 항상 함박웃음을 보여드리기 때문입니다. 희연이도 그걸 아는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사역은 섬에 계신 어른들과 그들의 일상을 나누는 일인 듯합니다. 그 일상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많아지면 그것들이 추억이 됩니다. 서로 나눈 추억 속에 ‘예수님’이라는 이름이 함께 공유되기를 기도하면서 말이지요. 일상이라는 것이 어장에 쓰일 그물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낡아서 끊어졌지만 새롭고 튼튼한 끈으로 이어서 사용하는 모습이 우리의 인생을 닮은 듯합니다. 사람들이 볼 때는 희망이 전혀 없는 곳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은 그 곳에 새로운 사람을 보내십니다. 낡은 끈들은 새로운 끈을 의지해서 더 큰 힘을 받습니다. 누구하나 버려지지 않고 그물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간혹 새 끈 때문에 낡은 끈이 끊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새 끈 때문에 낡은 끈이 끊어지지 않게 주님께서 잘 지켜달라고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어우러진 마을 어른들의 입술을 통해 고백되는 예수님의 이름이 파도를 타고 주변 섬에도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 - 유선우(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