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편지(489)ㅣ방주6호 김홍윤 목사(마도교회)
섬 목회 살이 36년 동안 제일 힘들고 부끄럽고 미안한 순간이 어떤 것이었느냐고 물으면 장례예식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시내에 장례예식장이 없던 시절, 작은 섬마을에는 상여를 메는 상여꾼의 수가 모자라서 마을에 장례 계가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며칠을 어업을 하다가도 장례 통보가 가면 즉시 집으로 돌아와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함께 준비합니다. 밤새도록 마을회관에서는 화투놀이와 공짜 술로 명절보다도 더 찐한 동료들 간의 정을 나눈다고 떠들썩하고, 초상집 마당에는 큰 천막을 치고 장의사가 와서 입관하고 제사상과 제단을 차리고 부인들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부엌을 넘나들며 분주해 지면서 장례식은 시작됩니다.
섬 주민은 젊은이는 없고 거의 노인들 뿐이다. 가장 젊다고 해봐야 60대 혹은 70대인 목회자가 유일하다. 짧은 기간 안에도 몇 분의 노인들이 섬을 떠나고, 세상을 떠난다. 이렇게 섬은 비어가고 있다.	발인식 날에는 꽃상여가 여객선으로 들어오고 상여 틀을 만들고 상여꾼들이 머리에 수건을 불끈 묶고는 상여를 마을회관 앞 공터에 안치하고 차례상을 차리고 예식을 마치고 꽹과리 소리와 상여 앞잡이분이 어이- 하면 모두 상여를 메고 마을 앞길을 한두 번 행진하다가 여객선에 상여를 실리고 붕- 뱃고동을 울리며 마을 앞 강구를 한 바퀴 빙 돌아서 고인이 정들었던 섬을 떠납니다. 그리고 화장장에 가서 하관식을 하고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절간에 맡기며 장례식은 끝납니다. 그러나 성도가 소천하면 문제가 다릅니다. 본인은 교회에 나와 세례도 받고 충실한 성도로 일생을 마치고 영광스럽게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천국에 입성했는데 가족과 일가친척들이 불신가정일 경우 장례식을 놓고 교회 식으로 할 것인지 불교식으로 할 것인지 상주와 목사 사이에 신경전이 일어납니다. 결국 제사상을 차려놓고 기독교식으로 예식을 하고 후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장례식이 시작됩니다. 입관 예배를 드리고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주민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고인이 살아생전에 먹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들과 과일들을 차려놓고 먼저 발인예배를 드립니다. 예배에 참석하는 젊은 성도들이 많으면 상주들이나 마을 분들에게 예배의식이 위로가 되고 은혜스럽고 자랑스러울 텐데 그러나 젊은 성도가 없으니 목사와 사모가 합창하게 됩니다. 찬송을 부르면서 상주와 마을 분들 앞에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상주들에게나 마을 분들에게 죽음과 영생의 복음을 전 할 기회이기에 철저하게 준비하여 힘차게 복음을 선포합니다. 하루는 하관 예배를 위해 화장장에 갔는데 제 앞에 시내 큰 교회 성도님 하관 예배가 있었습니다. 교회 버스를 타고 오신 성도님들이 화장장이 떠나갈 듯이 힘차게 찬송을 부르며 예배를 마치고 나온 후에 저의 차례가 되어 화장장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인도도 설교도 기도도 제 혼자 하는데 특히 찬송을 아내와 둘이서 합창으로 부릅니다. 화장장에 일하시는 분들에게나 상주들에게 얼마나 초라하게 보이든지 미안하고 창피하여 두고두고 장례식이 짐이 되었습니다. 상주분들에게 위로의 악수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장례예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몸이 불편하면 자녀들이 요양원으로 모십니다.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합니다. 자연히 마을 분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도할 기회가 없어졌습니다. 이번 여름에 한 달 간격으로 성도 두 분의 장례식을 했습니다. 한 분은 우리 교회의 첫 입교 인으로 남자 집사로 열심히 주님을 섬기던 분입니다. 마침 자녀와 사촌 조카 중에 가까운 시내에 목회하시는 목사님도 있고 조카 중에 교인들이 많아서 장례예배는 큰 위로와 은혜가 있었습니다. 집례하는 저도 얼마나 보람이 있고 영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하관식을 마치고 봉안당에 안치하고 위로 예배를 드리고 장례식을 모두 마쳤지만 피곤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쁨과 평안함이 넘쳤습니다. 그런데 또 한 분의 성도님께서는 입교하신 지 8년, 세례교인이지만 연세가 86세에 무릎이 아파서 지팡이 두 개를 짚고 끼우뚱거리며 교회 오는 언덕배기 골목길을 열심히 다니시며 천국을 사모하며 신앙생활을 했지만, 특별히 맏아드님이 어업을 하는 관계로 어머님 장례식을 불교식으로 하겠다고 기독교식으로 예식을 하자는 저의 의견을 반대해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작은 섬 교회는 전도 받아 입교하는 분은 가뭄에 콩 나기보다도 어렵고 소천을 받고 천국으로 입성하시는 분들과 곧 입성을 기다리시는 분들만 남아서 교회가 마을과 함께 소멸할까 봐 늘 염려스럽습니다.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산다는 마음으로 마을 소득사업으로 법인을 만들고 펜션과 야영장을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데도 마을 분들의 무관심과 부정적인 생각에 발전이 더딘데 마침 관광과에서 섬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섬 체험 현장을 만든다고 10평짜리 집을 4동 짖는다고 저에게 협력을 구해왔습니다. 앞으로 시내 성도님들 중에 섬에서 어업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시는 분들을 보내주시면 제가 적극적으로 어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이곳에서 정착하시면 우리 교회는 소망이 있습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 (이사야 42장 3-4절)”// - 김홍윤(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