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동경 126°16′, 북위 33°06′에 위치하며
면적 0.3㎢, 해안선 길이 1.5㎞, 인구는 111명(2013년)이다.

우는 듯
웃는 듯
멀고 먼 바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아득히 한 눈에 들어오는 마라도를 어렸을 때부터 늘 바라보면서 자란 한기팔 시인은 마라도를 이렇게 노래했다. 파도에 지붕을 잃어버리고 한 시인의 말처럼 '하늘 만한 밤을' 온갖 그리움으로 맞아야 하는 서러움인가, 아니면 세파에 찌들지 않았던 고고한 자태인가. 아무튼 마라도는 그렇게 보이는 듯 했다.


1883년 첫 입도(入島)
제주도 남쪽 산방산 근처의 모슬포항에서 남으로 가파도를 사이에 두고 해상 11㎞지점에서 우리나라 최남단을 지키고 있는 마라도. 북쪽 한 끝만 약간 경사져 있어 바다와 맞닿아 있을 뿐 섬 주위는 온통 절벽으로 되어 있다. 그것도 불타버린 서까래 지붕이나 기둥처럼 색깔이 새까맣고 보니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철옹성 감옥을 연상케 한다. 섬 둘레는 동서로 0.5㎞, 남북으로 1.2㎞ 정도 되는 타원형으로 산은 물론이고 언덕 하나 없이 평평한 초원으로 뒤덮여 있으니 서울 종합운동장을 그대로 옮겨 놓는 듯 싶다.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 고종 21년이다. 김성오 씨 일가가 파산되어 거처할 곳이 없게 되니 마라도에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권유에 따라 사또로부터 입도 허가를 받았다. 이때 이웃인 나씨, 이씨, 한씨 등과 이곳에 왔으나 식량이 없어서 처음에는 해초류로 연명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였는데 이를 개간하기 위하여 숲에다 불을 지르니 여기에 서식하고 있던 새들은 멀리 날아가고 그렇게 많던 뱀들은 꼬리를 물고 동쪽으로 헤엄쳐 갔다고 한다. 불길은 3개월이나 계속되었으며 이때부터 뱀과 개구리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 후 나무가 자라지 못한 땅이 되어 버렸다.


사방에 흩어진 선착장
마라도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모슬포항과 마라도 사이에 가파도라는 섬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빚을 얻어 쓰고 그것을 '갚아도(가파도) 그만, 말아도(마라도) 그만'이라는 말이다. 더욱 그럴싸한 것은 마라도가 하도 험한 파도에 묻혀 있기에 '오지도 말고 가지도 마라'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기후는 아열대에 속해서 온도는 높은 편이나 바람이 제주도에서도 가장 세게 부는 곳이어서 파도가 높아 해상교통이 막힐 때가 많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있으니 4개의 선착장이 바로 그것이다. 마라도는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접안 시설이 없다.

다만 그때그때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사방에 부두를 만들어 놓았다. 남동쪽의 장시덕(덕은 '바닷가'를 말한다), 남서쪽의 신작로, 북서쪽의 자릿덕, 북동쪽의 살레덕이 그 날의 풍향에 따라 주인과 객을 맞고 있는 것이다. 부두라고 하지만 '덕'이 일컫는 것처럼 바닷가에 그저 여느 돌멩이와 조금 차이가 난 것 하나를 던져놓은 것에 불과하다.


최남단 바다를 지키는 등대, 마라도교회
마라도에는 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기관이 있다. 1958년도에 설립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의 교실을 나오면서 이곳을 다녀간 방명록과 기념 사진들을 보니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요직 인물들의 이름이 즐비했다. 그리고 1983년 6월, 대한민국 최북단 초등학교인 강원도 명파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상호 방문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마라도는 평평한 평원이라고 하지만 약간 높은 구석은 있다. 그곳에 있는 두 개의 높은 탑은 바로 등대와 교회다. 마라도 등대는 1915년에 건립되었는데 광달거리가 반경 21마일로 대한민국 최남단의 바다를 비추고 있다.

마라도교회는 1979년 방다락 목사에 의해서 개척이 되었다. 섬 중앙에 위치한 교회는 마치 미국 펜타곤(국방부 건물)을 연상케 하듯 중앙을 비워두고 둘레를 이어가면서 건물을 지었다.


소로도 태어나지 못해서 여자로 태어난다
마라도에서 해녀의 위치는 막중하며, 실제로 가계의 모든 수입은 해녀의 채취어업(바다 물질)에서 얻어지고 있다. 우리가 보통 해녀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한일합방 이후 일본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이고, 제주도 고유의 호칭은 '잠수 잠'을 써서 '잠수'라고 해야 한다(대한민국 수산업협동조합의 여자 나잠업자에 대한 공식 명칭은 '잠수'로 되어 있다).

제주가 섬으로 생겨나 여인이 살게 되면서 생성된 잠수는 남자가 일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물질을 대물림으로 이어 내린다. 물질은 예나 이제나 고된 작업이다. 바다 밑으로 자맥질쳐 들어가서 숨을 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한 견디면서 해산물을 찾아서 캐어내는 작업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난 목숨을 건 일이다.'쉐로 못 나민 예자로 난다'라는 제주 속담은 '소로도 태어나지 못해서 여자로 태어난다'라는 말이다. 이 속담만으로도 마라도에서 여성의 노동량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라도에서 물질을 시작하는 연령은 제주 어느 곳보다도 훨씬 늦은 편이다. 섬 둘레가 수심이 깊어서 아무리 얕은 물질도 대여섯 발의 길이가 더 되기 때문에 위험이 한층 높은 연유다. 그래서 마라도의 잠수는 열일곱 살에 첫물질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 나이가 되지 않고는 깊은 물길을 '우길 수가 없다'(이겨낼 수가 없다).

물이 가장 많이 불고 또 조류가 심한, 한 달에 두 번 있는 사리 때의 5일간은 작업을 하지 못한다. 오직 태왁(잠수가 물질하는 도중에 잠시 끌어안고 가쁜 숨을 돌려 쉬는 잠수전용의 부표) 하나에 몸을 싣고 물질하는 잠수에게는 물 흐름을 감당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소라와 전복을 건져 올려 제주도를 거쳐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연간 수입도 꽤 된다. 이것으로 자녀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그래서 부모들은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잠수들이 치러야 하는 희생은 눈물겹다. 두통과 빈혈, 그리고 저혈압 증세로 고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맥질할 때마다 매번 소라나 전복을 잡아 물 밖으로 나오는 잠수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소라와 전복을 잡는 물질을 '헛물에 든다'고 한다. 물 속을 누비고 다녀도 대부분 빈손으로 나오는데서 연유한 말이다.

잠수라고 해서 누구나 다 물질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라도에 지금 주소를 두고 사는 잠수만이 물질할 수 잇는 것이 오래 전부터 잠수사회의 계율로 되어왔다. 마라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고 할지라도, 혹은 이미 이곳의 잠수였다고 할지라도 다른 마을로 시집을 가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면 자동적으로 물질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

만일 외지 사람이 마라도에 거주하게 되어 물질을 하고자 할 때는 먼저 수협에 소정의 절차를 밟아서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해녀회에도 가입하여 '이베리(입회비)'를 내고 1년을 기다려야 한다. 혹 다른 마을로 시집을 갔다가 친정살이를 한다든지, 다른 지방에 나가 살던 사람이 다시 고향에 돌아온 경우에도 외지인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되므로 그와 똑같은 수속을 밟아야만 물질을 할 수 있게 된다.


절벽과 식수와의 함수 관계
마라도는 전 연안이 격심한 파도에 의하여 표식적인 해식동굴(海蝕洞窟)을 형성하고 있다. 작지끝, 고래미통, 섬비물, 물 내리는 기정(기정은 절벽이라는 뜻), 남덕, 월남덕, 과재통, 성멀, 남대문바위 등 많은 바위와 동굴이 즐비하다.

북쪽 한끝만 약간 기울어 있을 뿐 섬 전체가 적게는 10m에서 크게는 40m높이의 절벽으로 되어있다. 특히 동쪽이 더욱 그러한데 등대 뒤쪽을 중심으로 좌우 약 500m에 걸쳐 그 절정을 이룬다. 최고높이가 40m라고 하는 이 절벽들은 무구한 세월동안 바람과 파도에 씻겨 내린 탓으로 안쪽으로 굽으면서 화산암의 그 새카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밑은 새파란 파도며 물밑으로 조금씩 투명하게 보이는 울퉁불퉁한 바윗돌이고 보니, 아무런 시설물도 없는 그 절벽 위에서 한쪽 다리만 살짝 빼면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그런데 마라도의 이 절벽은 희비양면성이 있다. 마라도 주민들하고는 관계없는 것이지만 이 절벽을 두고 목숨을 끊으려는 외지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교회 현관에는 누구나 와서 쓸 수 있는 노트 한 권이 있는데 그 중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1991. 7. 24 현숙, 무언지 알 수 없는, 내가 되어 있어야 할 미래의 불안함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 새롭게 정리되고, 삶의 목적과 직업을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리며 지혜로운 여자로 살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1991. 6. 26 생각 없이 들렀다가 기도 드리고 떠납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인생입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섬 마라도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깊은 고뇌를 안고 마지막 길을 걷기 위해서 찾아오는 섬인가 하면, 그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싸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두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

한편, 마라도에 있어서 이 절벽은 삶의 근원이다. 마라도에는 샘이 없다. 땅속으로 2m만 파 들어가도 곧 화산암과 만나 버리니 지하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빗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집집마다 저수지(?)만한 대형탱크를 모두 갖고 있다. 그곳에 지붕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고이는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되어도 이 물이 썩지를 않는다는데 그 이유는 순전히 이 절벽 때문이라는 것이다. 곧 폭풍이나 심한 태풍이 몰아칠 때에 절벽에 부딪치면서 높이 솟구친 바닷물은 하얀 물안개를 형성하면서 동네 지붕 위에 쌓이게 된다. 이 바닷물은 빗물과 함께 물탱크에 흘러들어 빗물과의 무게 차이 때문에 가장 위층에서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외부의 잡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암벽등반 하는 모습을 가끔 매스컴을 통하여 본다. 그들은 특별히 훈련된 사람들이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마라도 사람은 다르다. 40m 높이요 그것도 안으로 활처럼 휘어진 새까만 절벽을 등에는 망태기 하나씩 짊어지고 맨손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어른들만도 아니다.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독수리 새끼가 창공을 나는 법을 배우듯 마라도 아이들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생존에 속한 문제다. 선창이 없을 당시에는 배를 타고 내리기 위해서, 또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서도 저 절벽을 통과해야 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외국 신문 기자가 와서, 80세 된 할머니가 맨손으로 이 절벽 타는 것을 보고서 질겁을 하며 토픽감이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윽과 함께 다시 태어나길
제주도 하면 조랑말이 연상되는데 마라도에는 예로부터 소를 많이 키웠다. 그 주된 목적은 연료를 얻기 위함이다. 백여 년 전에 불타 없어진 나무는 그 뒤 후손들이 아무리 심고 가꿔도 모두 죽어버리고 만다.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허리춤 만한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 30년 생이고 보니 현재 열심히 심어놓은 어린 묘목의 결실을 바란다는 것이 헛된 일인 것만 같다.

이렇게 나무도 없고 외지와의 교통 또한 신통치 않으니 당장 밥짓고 군불에 쓸 땔감이 문제였다. 이때 소똥은 최고의 연료가 되는 것이다. 잘 짓이겨 돌담에 널어 말린 소똥은 창고에 보관할 때쯤이면 연탄 못지 않은 규격화된 연료로 변신하여 있다.

그러나 이것은 20년 전의 말이다. 간편한 LPG 가스통의 보급으로 이제는 소똥 연료는 없어졌고, 또 소도 사라졌다. 그렇게 많던 소가 사라지면서 생겨난 것이 하나 있다. 마을 위쪽 등대와 교회 주변에 돋아난 억새풀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 말로는 '어윽'이라고 하는데 유기농법으로 퇴비를 만드는 가장 훌륭한 재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조금 있는 밭마저도 모두 묵혀버렸는데 이 퇴비를 이용하여 무공해 식품을 생산하면 좋은 소득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돌담으로도 유명한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그 돌담이라고 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담이 아니라 이것은 구멍난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얹어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지혜가 있다. 바람 많기로 소문난 이 땅에 바람이 통과할 길을 터놓지 않고 어찌 담장이 무사하겠는가.

교회는 1개가 있다.
-한국섬선교회 ▼

교회이름	주소	전화	교단
마라도교회	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리	064)792-8511	예장합동

www.ksum.org에 실린

마라도의 글과 사진들을 아래의 페이지로 옮겨 검색으로 찾아보십시오

1	▼ 영상 항해일지	영상뮤직과 다큐멘터리를 담고있는 동영상
2	▼ 묵상 항해일지	성경 본문 속에서 느끼는 영감을 기도문으로 표현한 동영상
3	▼ 방주호 편지	선교선 방주호 운항책임자들이 선교 현장에서 보내오는 소식
4	▼ 선교지에서 만난 사람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의 자연처럼 굴곡진 섬사람들의 모습
5	▼ 섬교회 순례	복음의 씨앗은 씨앗들로 계속 이어지며 열매를 맺는 섬교회의 역사
6	▼ 섬과 통하다	내 고향 소식, 섬 기행문 등을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열린 공간
7	▼ 알려드립니다	한국섬선교회에서 알려드리는 소식란
8	▼ 자유게시판	마음 담은 글 한 줄로 모두을 하나로 묶어주는 곳

(지도)


1) 멀리서 본 마라도(1993년)


2) 대한민국 최남단 비석3(1992년)


3) 마라도 마을1(1992년)


4) 앞바다1(2005년)


5) 잔디1-섬 전체가 천연잔디, 아니면 억새로 덮여 있다.(2005년)


6) 잔디2(1992년)


7) 잔디4(2005년)


8) 조랑말(1992년)


9) 삼영호1-모슬포항을 오고 감. 보이는 산은 산방산(1992년)


10) 삼영호2(1992년)


11) 절벽2(2005년)


12) 북쪽 해안-이 곳을 제외한 섬 전체는 절벽이다.(1992년)


13) 남대문바위1(1992년)


14) 섬사람들2(1992년)


15) 마라초등학교1(1992년)


16) 마라초등학교3-체육시간(2005년)


17)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1-등대(2005년)


18)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3(2005년)


19) 마라도교회2(1992년)


20) 마라도교회5(1992년)


21) 일출3(2005년)


22) 일몰3(2005년)


23) 마라도짜장면2(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