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목사님을 만나게 된 때는 1988년이다. 1987년 1월에 선교회가 시작되었고 그 이듬해 겨울, 일반 목회에서 막 은퇴한 목사님을 선교회 상임고문으로 모시면서부터다. 선교회 규모가 크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 선교회에서는 섬 실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만 조직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연유인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멤버들 외에 우리 일에 참여하고 계신 분은 박목사님이 유일하시다. 박목사님은 섬 목회 경험은 없으시다. 하지만 부친 박도삼 장로님(1876-1956년)은 우리나라 섬 선교의 선구자이셨다. 100여 년 전, 성서공회 권서와 교역자이셨던 선친은 서남해안 일대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셨다. 지금도 그들 섬에 가면 이 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본다. 박목사님이 선친의 뒤를 이어 섬선교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는 1983년, 선친의 발자취를 따라 섬 순회하였던 일이라고 한다. 여름 한 달을 휴가 내어 찾아간 섬 순회는 그 다음 해에도 계속되었으며, 곧 연중으로 바뀌었다. 박목사님은 1917년 생이시니 올해로 92세이다. 가끔 병원 안과 진료만 받으실 뿐으로 건강하시다. 그러나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섬 선교에 쏟는 열정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바다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최서남단 섬 소흑산도(가거도)는 참으로 먼 섬이다. 예전에 이 곳은 하루에 못 갔다. 목포에서 흑산도로 가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새벽 여객선을 갈아탔다. 한 점 보이지 않는 바다를 5시간 동안 간다. 파도가 높아 멀미를 하고 배 바닥에 엎드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 때가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중에 목사님을 보니 자세를 꼿꼿하게 하고 서 계셨다. 이것이 멀미를 덜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고 하셨다. 나는 잘 알았다고 하면서도 막상 일이 닥치면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본다. 멀미 퇴치 비법이 서로 달랐다. 박목사님의 생활은 청빈하고 검소하시다. 이 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단의 총회장을 역임하신 분이시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 물질적으로도 얼마나 깨끗하신 지, 그래서 다들 존경한다. 하지만 그런 분은 으레 가난하기 마련이다. 몇 해전 추운 겨울에 집을 방문했더니 냉기가 들었다. 왜 보일러를 내렸냐는 물음에 그 정도면 됐다고 하셨지만 젊은 내가 몸이 떨리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올 여름에 의료선교차 가거도에 가는데 배 멀미를 하면 납작 엎드리지 말고 박목사님 식대로 꼿꼿하게 서 볼 생각이다. 사소하지만 그것까지도 닮고 싶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5분 30초 ■ 촬영지 : 마도, 신도, 저도 등 ■ 배경음악      • 곡명 :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 노래 : 신영옥      • 음반 : Ave Maria(삼성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