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경남 사천시 마도동 마도 동경 128° 01″/ 북위 34° 56″ 방위 삼천포항 북서쪽 1마일
	마도길 23-43, 마도 섬마을의 '행복 배움터' 마도초등학교의 주소다. 학교는 마을에서 왼쪽으로 약간 기운 300여 미터의 골목과 언덕을 사이에 두고 있다.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갈 수도 없는 좁은 길이기에 앞 뒤 일렬로 나란히 걸어야 한다. 도중에 묘지도 있고 해서 조금은 을씨년스럽지만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벚나무와 은행나무를 울타리 삼은 운동장은 온통 녹색 잔디다. 학교 앞은 바로 바다다. 이러니 아이들이나 섬사람들에게는 월드컵경기장 만큼이나 커다란 존재다. 사실, 알고 보면 이 학교도 꽤 역사가 깊다. 1946년에 마을 안쪽에 세워졌다가 1971년에 현재의 마을 외곽 자리로 이전했다. 마을과 가까워서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 이전하게 된 이유였다. 한때 100여 명의 학생을 거느린 적이 있고, 환갑 진갑을 다 보낸 전통 있는 학교다. 지금은 휑하니 크게만 보이는 학교가 수많은 학생들 때문에 작게 보인 적도 있었다니 시간의 거리가 느껴진다. 이 학교는 전교생을 다 합해도 여섯 명이다. 그나마 섬아이는 단 두 명이고 나머지 네 명은 학교 선생님이 삼천포항에서 출퇴근할 때에 데리고 다니는 육지 아이들이다. 삼천포항과 마도는 통학선이 다닌다. 빨간 옷을 입은 아홉 살 최연지, 2학년으로 섬아이 두 명 중 한 명이다. 연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한다. 가정 내력은 잘 알 수 없지만 부모가 육지에 있다는 것으로 보아 어떤 사정이 있는 듯 싶다. 70세를 훨씬 넘긴 할아버지의 생활 형편은 아주 어렵다. 그래서 연지는 틈나는 대로 동네의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하며 생활을 돕고 있다. 내가 연지를 만나서 카메라에 모습을 담았던 때가 4년 전이었다. 그는 육지에서 온 친구 두 명과 함께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얼굴이 밝고 성격이 매우 쾌활하였다. 윗니 몇 개가 빠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일을 다 하는 아이로 보였다.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 찬송가도 크게 잘 불렀다. 며칠 전 마도교회 목사님께 전화를 걸어 연지의 소식을 물었다. 지금은 6학년이 되었으며 섬아이 한 명, 그리고 육지에서 통학하는 학생 몇 명과 함께 있다고 하였다. 지금도 성격이 밝느냐는 물음에 목사님은 고개를 저었다. 또래의 친구가 없어 홀로 바닷가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성격은 소극적이고 많이 위축되어졌다고 하였다. 목사님이 계속하여 뒷말을 하는데 다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았다. 육지 아이를 힐끔 바라보는 연지의 눈길이 보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역시 보인다. 감성 많은 사춘기가 왔다고 가벼이 말하는 것은 연지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다. 자신의 모습과 현실을 보는 눈이 떠진 연지에게는 지금이 참으로 힘든 시간일 것이다. 옛 가요에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육지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바다를 탓하는 가사 내용이다. 섬사람들의 애창곡 제 1번이다. 제발 연지가 이 노래를 몰랐으면 좋겠다. 안 좋은 기억들은 바닷바람에 모두 씻어버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밝게 생활하는 보석 같은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내일을 향한 연지의 꿈도 힘차게 날아오르거라.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4분 04초 ■ 촬영지 : 마도(경남 사천시 마도동, 2007년) ■ 배경음악      • 곡명 : 바다 같은 주의 사랑      • 노래 : 박희봉      • 음반 : 주님 나를 일으키시네(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