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위치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성남도 동경 126° 03″/ 북위 34° 22″ 방위 하조도(면소재지) 북쪽 6.8마일
	언젠가 항해일지를 쓰면서, 누가 섬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놀러간다면 홍도를, 이런저런 요구 사항이 많으면 선유도를 일러 준다고 한 적이 있다. 하나 더 있다. 기독교 언론사에서 섬교회를 취재한다거나 교회 사진을 촬영하겠다고 하면 성남도 말을 먼저 꺼낸다. 20여 평이 채 못되는 예배당이니 겉멋을 부릴 만한 여유는 애당초 없을 터이고, 늙으신 성도들 몇 명이 나오는 교회가 뭘 그리 대단할까? 또 목포나 진도까지 가서 거기서도 여객선을 타고 한참 들어가는 교통편은 오죽 불편한가. 그래서인지 대부분 고개를 옆으로 설레설레 흔들기 일쑤. 성남도는 정말 멀고 작은 섬이다. 초행자는 울고 갈 일이다. 17년 전, 처음 성남도를 찾아가는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일단 그 곳에 발을 딛고 나면 고즈넉한 섬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이순군 집사님(85세)은 성남도 토박이 어르신이다. 신기하게도 이 분을 뵐 때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어부의 얼굴이 항상 겹친다. 혼자서 아니면 아내를 데리고 손바닥만한 조각배 한 척을 요리조리 몰면서 고기떼를 찾아 성남도 앞으로, 뒤로 다니기를 반복한다. 고기라고 해봐야 멸치 몇 소쿠리, 장어와 딱돔 몇 마리가 전부다. 교회가 세워질 때부터 지금까지의 신앙 역시 한결같다. 그렇게 고단한 중에도 이 분은 기도하기를 쉬지 않는다. '바다에 나갈 때는 기도도 안 하고 나가면 안되지요. 무사히 나갔다 오도록 해주라고 하고, 도와 주라고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준 것도 없이 도와 주라고만 하니까 하나님한테도 미안합니다'라고 하면서 허허 웃는 순박한 분이시다. 이 어르신도 많이 늙으셨다. 이 화면도 9년 전의 것이고, 안부도 전할 겸 편집하다 말고 전화를 드렸다. 재작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우선 목소리부터 달랐다. 작년에는 심장 수술(심혈관 확장)도 두 번이나 하셨단다. 이제는 어장 일이 힘에 부쳐 못하신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배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하시면서 언제 한 번 와서 함께 바다에 나가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다. 내가 알 만한 어르신 또래의 교인들 이름을 열거하면서 그들은 이미 갔고 자기만 남았다고 울먹이신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어부 상으로 내 가슴 한 쪽을 채웠던 이 어르신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기도해 본다. - 최종민(한국섬선교회 ▼)
■ 상영시간 : 4분 01초 ■ 촬영지 : 성남도(전남 진도군 조도면, 1998년) ■ 배경음악      • 곡명 : 생명의 양식(Cesar Franck 작곡)      • 노래 : 클로에 에그뉴(Chloe Agnew)      • 음반 : Chloe(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