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학교(4)

오늘은 선우가 두 번째로 저희의 품을 떠나는 날입니다. 낙월초등학교의 본교인 염산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지난 봄 1학기에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낙월도에서 오전 수업을 하고 오후 마지막 배(막배)로 나가 선생님 댁에서 자고 이튿 날부터 있는 1박2일의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해상에 내린 풍랑경보로 여객선 2항차(두 번째 운항)와 3항차가 결항 결정이 되면서 1항차인 아침배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낙월도와 육지 향하도항과의 여객선은 하루 3번 운항합니다. 소요시간은 편도 1시간 정도입니다. 아직 자고 있는 선우에게,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아침배로 나가야겠다고 하시니 얼른 일어나야 한다고 했더니 '벌떡'입니다. 참, 이럴수가? 아침마다 학교에 보내기 위해 그렇게 깨우고 울기를 반복하던 날과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한편, 마음에는 서운함과 배신감마저 드는 걸 보니 저도 어쩔 수 없는 딸 바보인가 본니다. - 백형환(한국섬선교회 ▼)

▼ 선생님께서 데리러 오시기로 한 시간에 맞춰 나가는 선우가 아직 자고 있는 선주(동생) 때문에 선창에 나가지 못하는 엄마에게 1학기 때와는 전혀 다르게 좋은 얼굴로 인사를 꾸뻑하네요. ▼ 바람이 세게 불어 모자가 벗겨질 것 같은데 마침 낙월파출소장이신 조춘록 집사님께서 근무를 마치고 나가시는 길에 저희를 선착장까지 태워 주셔서 배를 타기 전에 아쉬운 마음으로 모처럼 사진 한 컷... 그런데 선우는 서운함이나 아쉬움은 전혀 없고 설레기만 한가 봅니다. ▼ 선생님과 선우가 차도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도가 높아서인지 다른 때보다 10 여 분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어쩌면 다음 2차, 3차 운항이 없으니 차분하게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지 출항지 향하도항에서 승선한 해경과 육경의 교대근무자와 출장을 다녀오는 면사무소 직원 몇 명이 승객 전원이었습니다. ▼ 그래도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 선우가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먼저 올라 가셨는데도, 마치 아빠만큼은 아니어도 자기도 무언가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 오늘은 제법 바람과 파도가 세기 때문에 차가 뒤쪽에 있으면 그만큼 시커먼 바닷물을 많이 뒤집어 쓰게 되므로 조금이나마 덜 더러워지기 위해서는 앞쪽으로 위치를 잡아야 합니다. ▼ 마지막까지 아빠를 볼 수 있는 위치로 옯겨가며 손을 흔드는 우리 딸을 태운 배가 무심하게도,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에 뒤뚱거리며 방향을 잡아 떠나고 있습니다. ▼ 선우가 떠나고 뒤에 남은 바다는 마치 고래나 공룡이 뛰어 오르듯 강하고 높은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아빠의 마음마냥 두서없이 어지러운 속사정을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어 하는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