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학교(5)

선우가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에 가는 것을 도와주고 현관에 들어서는데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스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살폈더니 그럼 그렇지, 아내의 신발 안쪽에 큰 지네가 꽈리를 틀고 있지 않겠습니까. 종종 그런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막상 당해보니 온 몸에 소름이 낍니다. 아내에게 보라고 했더니 비명을 지릅니다. 평소엔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슬리퍼만 내려놓는데 어제 내렸다가 깜빡 잊고 그냥 놔 둔 것이 실수였습니다. 나무젓가락으로 집었더니 감았던 몸을 틀면서 음료수 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참을 버팁니다. 엄청 큰 녀석이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저 구두를 어떻게 신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몸을 움추리면서도, 오늘 새벽에 화장실에서 지네 한 마리를 슬리퍼로 때려잡았다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지네의 침략으로부터 두 아이들을 지켰다는 듯이 의기양양합니다. 우리 식구에게 '지네 트라우마'는 없습니다. 보이는 대로 잡습니다(죽입니다). 이럴때는 온유한 마음은 잠시 미뤄둡니다. 낙월도 섬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으니까요. 지금 낙월도는 가을 중턱 계절때문인지 지네가 총 출동하여 사람에게 공세를 벌리는 중입니다. 집을 포위하고 덤벼드는 형국입니다.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 백형환(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