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란 생활조건만을 갖고 말한다면 하나의 감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두가 물이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외부와 차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차단된 생활조건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쩔 수 없이 폐쇄적인 삶이어서 외부의 충격을 받아들이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종교적인 충격이 더욱 그러하다. 자신들의 삶과 밀접히 관련된 각종 무속과 풍속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포기나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섬선교는 이민족(異民族) 이질문화에 대한 선교보다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1983년부터 시작한 섬교회 순방은 소외된 섬에서 수고하는 교역자들을 지원하고 강퍅하기 그지없는 섬주민들을 상대로 '종교적인 충격'을 가함으로써 그들의 영혼을 깨우쳐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조그마한 시도였다. 그리고 한국섬선교회라는 단합된 힘을 모은 선교단체의 고문으로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았던 것은 참으로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길이었다. 생각하면 감사할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방문 첫 해인 1983년도의 섬교회 형편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몇 군데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가거도(소흑산도)교회의 경우 그 사택이라는 것이 낡아서 비가 새고 허리를 굽혀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오두막집이었다. 1983년 여름에 갔을 때 밤중에 비가 내리는데 바람에 방안에까지 비가 들이쳐 심란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교역자의 생활도 말이 아니어서 된장국 한 그릇에 보리밥을 먹는 정도였고, 중학교에 보낼 딸이 있어도 학교에 보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교역자는 결국 4년 후에 그 섬을 떠나고 말았다.
흑산도의 심리교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접시에 촛불을 켜놓고 예배를 드려야 했다. 무시로 지네가 출몰하고 어찌나 모기가 많은지 강대상 옆에 모기향을 피워놓고서야 설교를 할 수 있었다. 2월이 되면 양식이 떨어져 미역국에 고구마를 쪄먹는 정도였다. 그리하여 사모는 넉넉지도 않은 식량을 나눠서 절량(絶糧) 세대를 찾아다니기도 하였다.
섬 가운데 가장 가난한 곳은 신안군 흑산면 하태도교회였다. 교회 사택은 낡았고, 쥐가 득실거렸으며 화장실은 거의 노천화장실이나 다름없었다. 섬 주민들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주일 낮예배가 끝난 뒤에 성도들과 함께 라면이라도 끓여서 주일식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교역자의 하소연을 들었다. 필자는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 호소를 곧 해결해 주었는데 서울 모교회 집사님이 넉넉한 라면 값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1983년 첫 해에 흑산지방 8개 섬 12개 교회를 순방하여 교회들의 딱한 형편을 돌아보고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각 기관과 개인의 도움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순방하는 교회가 늘어났으며 서울과 지방 그리고 미국의 여러 교회들에서 도움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 박요한(한국섬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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